우희종 "황우석 키운 박기영이 과학혁신? 미쳤다"

- 22조원 집행 '과학 지도자' 자격 없어
- 황우석 사태 키운 핵심 장본인
- 조작 논문 책임 없다? 엉터리 해명
- 연구윤리 없는 과학혁신은 사상누각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이제 인사청문회 끝나고 인사 문제는 크게 논란될 일은 없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새 정부에서 신설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라는 자리인데요. 이 자리에 과거 황우석 사태에 연루돼서 공직에서 물러났던 적이 있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임명이 되면서 지금 과학계가 들썩들썩하고 있는 겁니다. 어제 과학계 인사 229명이 실명으로 긴급성명을 냈고요.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이 가운데 한 분을 직접 만나보죠. 황우석 사태 당시에 앞장서서 황 교수와 맞섰던 분. 같은 과의 교수이기도 했죠. 지금은 서울대 수의과학대 학장입니다. 우희종 교수 연결이 돼 있습니다. 우희종 학장님, 안녕하세요?

◆ 우희종>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먼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라는 자리, 이게 어떤 자리입니까?



◆ 우희종> 이게 노무현 정부 때 있었던 자리인데 이게 폐지됐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새 정부 출범하면서 부활한 자리인데요. 우리나라의 모든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모든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

◆ 우희종> 네. 범부처의 연구개발을 모두 통괄하는 자리로서 한 연간 22조 정도의 연구개발 예산을 심의하고 조정하고 또 연구개발의 예비타당성 조사까지도 다 가지고 있는 과학의 총 지도자 위치라고 해야 되겠죠.

◇ 김현정> 사실은 이게 정부 예산을 얼마나 집행하고 그걸 배분할 수 있느냐가 그 부처의 굉장히 큰 힘이 되는 건데 여기는 20조 원을 집행할 수 있을 정도, 배분할 수 있을 정도의 권한을 가진 자리다?

◆ 우희종> 네네.

◇ 김현정> 큰 자리네요. 중요한 자리니까, 큰 자리니까 과학계로서는 도움을 받고 또 지지를 해야지만 자연스러운 분위기일 텐데 지금 분위기는 박기영 교수 안 된다. 우 교수님은 심지어 '미쳤다'라는 표현까지 쓰시면서 반대를 하셨더라고요. 왜 그렇습니까?

◆ 우희종>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그러한 임명인데요. 왜냐하면 박기영 교수와 과거 황우석 사태와의 관계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말하면 황우석 그 당시 그 사태의 주역 중에 한 사람이죠.

◇ 김현정> 주역 중에 한 사람? 그 당시에 황우석 교수의 일이야 뚜렷하게 다들 기억하고 계시겠지만 박기영 교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까지는 잘 기억 못하실 거예요. 주역이라고까지 말씀하실 정도 역할을 그 교수가 했습니까?

◆ 우희종> 네네. 왜냐하면 사실 황우석 사태는 한 과학자의 연구윤리위반으로 다 설명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보통 그렇게 되면 그냥 그 사람의 잘못으로 끝나는데 이건 뭐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깜짝 놀란 논문조작 사건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우희종> 그렇기 때문에 이 황우석 사태라는 것은 당연히 물론 한 연구자의 연구윤리위반이 기반이지만 그 사태 그 자체는 사실 그 당시 그 연구자를 검증 없이 막 부풀렸던 언론. 그리고 국제적으로까지 확산된 데에는 연구비 지원을 포함해 정치권의 막강한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커졌던 겁니다. 그랬을 때 그러한 연구윤리를 위반한 과학자를 정치권에 연결하고 그것을 조율한 주요한 인물이 어떻게 보면 황우석 사태가 그렇게까지 커진 데 한 핵심 역할이었거든요.

◇ 김현정> 그런데 그게 바로?

◆ 우희종> 그걸 담당했던 게 박기영 교수이고 더욱이 2005년도에 그 당시에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시설에 본인이 황 교수 팀의 연구를 심화발전시키기 위해서 모든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직접 265억 원의 지원 계획을 받게 했던 장본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황우석 그 당시 연구를 대규모 국가적 사업으로 키우고 홍보했던 사람 중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죠. 지금 자꾸 나는 그거 몰랐다, 어떤 진실게임 혹은 어떤 연구윤리 위반 건으로 축소하는 것 자체가 이분이 이렇게 국가의 과학기술 혁신에 총괄로 있을 만한 안목이 없다는 걸 스스로 말해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스스로? 진위여부를 내가 판단할 역할이 주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도 상당히 무책임하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군요?

◆ 우희종> 그렇습니다. 이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그냥 굉장히 축소시킨 시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또 하나는 2004년 황우석 연구팀의 공저자로, 논문의 공저자로 올라간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인데요. 박기영 교수는 이렇게 해명을 했습니다. "연구윤리 분야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01년부터 황우석 교수를 대상으로 해가지고 연구를 쭉 해 오던 거었다. 그래서 논문에 공저자로 올라간 거다." 이 해명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 우희종> 이것 역시 참 모르는 분들을 위한, 그냥 말로 넘어가는 게 아닌가. 왜냐하면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에 실린 조작된 논문 외에도 황우석 박사의 그런 어떤 과정의 가장 첫 번째가 '영롱이'라고 하는 복제소가 있었고 또 '진이'라고 하는 한우에 대한 복제가 있었거든요.

◇ 김현정> 있었죠.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 (사진=자료사진)
◆ 우희종> 그러면 이분 말대로라면 그것들을 쭉 본인들이 생명윤리가 어땠는지 연구를 했을 건데 그 '영롱이'와 '진이'에 대한 복제 논문은 지금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 그 당시 '영롱이'와 '진이'를 복제했다고 하는 실험노트나 실험자료가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완전히 환상의, 존재하지 않는 연구거든요.

◇ 김현정> 영롱이, 진이는 아예 없어요, 그러면?

◆ 우희종> 없습니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존재하지 않는 복제소입니다.

◇ 김현정> 그럼 우리가 신문에서 본 건 뭐예요?

◆ 우희종> 그러니까 그게 언론으로만 된 거예요.

◇ 김현정> 그래요?

◆ 우희종> 사이언스가 조작됐다는 게 알려진 후 사람들이 물었거든요. 설령 논문이 없어도 한번 검증해 보자, 복제된 건지. 그랬더니 그 당시에 실험했던 모든 건 잃어버렸다, 이렇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그것을 이제 과학계가 확인할 수가 없었던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영롱이, 진이 때부터 나는 연구윤리의 대상으로 황우석 교수를 연구해 왔다고 하는 말 자체도 이건 해명이 안 된단 말씀.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자료사진)
◆ 우희종> 네, 그러니까 사이언스 논문 이전부터 본인의 생명과학 연구의 생명윤리를 자기가 쭉 연구했다면 스스로 엉터리 연구를 했거나 아니면 그걸 통해서 결국 사이언스가 조작되도록 만들어졌다는 말하고 다를 바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면 문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모르는 것 아닐 텐데, 과학계 분위기를 모르는 거 아닐 텐데 왜 박 본부장을 임명했을까요?

◆ 우희종> 정치권과의 결탁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던 황우석 사태는 사실 노무현 정부 때 발생한 거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 우희종> 민주당 내 당시 청와대 노무현 정부 때 인물들이 그 당시의 실태로부터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이 박기영 씨가 굉장히 유능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거죠. 아마 정치권의 이야기가 중심이었지 과학계의 이야기를 수렴한 것 같진 않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 우희종> 이번 사태가 되면서 많이 서로 연락을 하고 있는데 전혀 그런 과정이 없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혹시, 혹시 박기영 본부장이 혁신을 잘해 낼 거다, 개혁을 잘해 낼 거다라는 믿음이 있었을 가능성은 정말 없었겠습니까?

◆ 우희종> 어떻게 보면 이 자리는 우리나라의 향후 과학기술의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건데. 과학의 건강한 발전 그리고 그것에 근간한 혁신이라는 건 가장 중요한 게 튼튼한 연구윤리입니다. 그게 돼야 그 안에서부터 제대로 된 혁신이 나오는 거지. 지금 말하는 청와대가 박기영 씨와 같은 분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혁신한다는 건 완전히 사상누각이죠.


◇ 김현정> 사상누각.

◆ 우희종> 단순하게 평가 위주의 과학연구와 연구지원이 어떤 결과를 빚었는지는 황우석 사태가 아주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거든요. 당시의 교훈을 무시하고 혁신이 가능할 거라는 건 정말 환상이죠.

◇ 김현정> 정말 환상, 사상누각이다, 이런 말씀.

◆ 우희종> 어쨌든 임명권자의 권한이니까 임명 강행할 수 있겠지만 박 교수가 앞으로 추진해야 될 이런 일에 대한 과학계의 지지와 협력은 아마 지극히 제한될 겁니다. 특히 이런 상황을 그대로 정권이 밀어붙인다면 지금 많은 젊은 과학자들이 정치권에 눈도장만 찍으면 그야말로 20조 이상의 이런 예산을 가지고 한 나라의 과학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입장이 되는 거구나. 이건 철저하게 우리나라의 과학계를 퇴행시키는 겁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과학 연구윤리를 당연히 저희들은 학생들한테 강조하는데 우리 스스로가 가르칠 수가 없는 거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서울대 수의과학대 학장이세요. 우희종 학장, 우희종 교수 만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박기영 교수와는 개인적으로 좀 아는 사이세요?

◆ 우희종> 아니요. 황우석 사태 때도 그렇고 지금도 전혀 개인적으로는 안면은 없습니다마는 국정농단사태 촛불정국 때인가? 하여튼 그때 한번 전화 연락을 받았어요.

◇ 김현정> 지난 겨울 촛불정국에요?

◆ 우희종> 촛불 전후. 제가 그건 정확히 시점은 기억이 안 납니다마는 어쨌든 한창 민주당이 전체적인 흐름에서 차기 여권이 될 거는 분명했던 시점에 이 박기영 교수님께서 전화를 해서 본인은 순수한 마음으로 황우석 사태 때 관여한 거다라는 말을 갑자기 뜬금없이 하셔가지고 굉장히 좀 의외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 김현정> 아니, 서로 아시는 사이 아니시라면서요, 개인적으로?

◆ 우희종> 네네.

◇ 김현정> 그런데 갑자기 왜?

◆ 우희종> 저도 이게 어찌된 일인지 전혀 전후맥락 없이 그런 연락을 주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 김현정> 그때부터 혹시 뭔가를 꿈꾸고 계셨던 건 아닌가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런 생각도 드시겠어요.

◆ 우희종> 지금 이 상황으로 그렇게 보면 아마 그때 시점에 향후 이런 부분을 분명히 염두에 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은 들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과학계 인사 229명이 박기영 본부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긴급 성명을 내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 아닙니까?

◆ 우희종> 그렇죠. 과학자들이 이런 문제에 구체적인 사안으로 성명 내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일인가. 도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까지들 반대하시는가 오늘 들어봤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박기영 본부장, 박기영 교수한테도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요. 그분은 아직 인터뷰에 나설, 공개 인터뷰에 나설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절해 왔다는 것 여러분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우희종 교수님, 고맙습니다.

◆ 우희종> 네, 안녕히 계십시오.

◇ 김현정> 서울대 수의과학대 학장이세요. 우희종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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