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사태' 박기영(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 논란

야당이어 시민단체 반발… 여당도 "박기영 반대 의견 전달"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임명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대한 비판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을 20조 원의 벤처예산을 관할하는 차관급에 임명한 것을 납득할 수 없고, 참여정부 당시 과학기술비서관을 지낸 데 대한 보은인사 아니냐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에서 박 본부장의 사퇴를 주장하는가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실망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다.

여성 비하 논란을 빚었던 탁현민 행정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박 본부장 인사에 대한 부적절 논란이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가 또 다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9일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박 본부장을 벤처를 담당하는 차관급에 임명한 데 대해 '노무현 정부 코드 인사'로 규정하고 임명 철회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박 본부장의 임명은 문재인 정부의 인재풀이 이 정도로 좁은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며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의 관련자이자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퇴보시킨 장본인인 박 본부장 임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어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출신이라는 점 만으로 코드 인사를 단행한 거냐"며 "청와대는 보나코(보은-나홀로 -코드)인사에 매몰되지 말고 박 본부장 임명을 당장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도 "박 본부장은 혁신 적임자가 아니라 청산해야 할 적폐 인사"라고 지적했고,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노무현 하이패스, 프리패스 인사"라며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 "박 본부장 임명은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 시민단체 부글부글

과학계와 관련 시민단체는 박 본부장 임명 반대에 공동 성명서를 내며 청와대 인사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참여연대는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한 공동 성명서에서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건의 핵심이자 배후였다"며 "황우석 박사가 전세계를 상대로 과학 사기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 만한 과학 사기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논공행상에 의한 정실인사에 나선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며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이자 막대한 연구개발 예산을 다루는 자리에 박기영 교수를 임명한 건 분명히 잘못된 인사"라면서 박 교수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

◇ 與 "어떤 X이 박기영 추천했나…임명 배경 밝혀야"

여당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의원들은 "누가 추천했는지 모르지만 납득이 안 가는 인사"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자진 사퇴 혹은 임명 철회만이 답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청와대가 박 본부장의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며 극복 가능하다고 본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어떤 X이 추천한 건지 몰라도 문제가 심각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또 다른 의원은 "박 본부장 임명은 청와대가 안이하게 판단한 것 같아서 내부(여당) 비판도 있다"며 "과학기술계가 환영하지 않는 혁신본부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당내 분위기"라고 전했다.

상임위 차원의 '반대' 움직임도 감지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박 본부장에 대한 반대 여론을 모아 원내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한 의원은 "청와대에서 박 본부장에 대한 국회 동향을 묻길래 분위기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귀띔했다.

깔끔하지 않은 인사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박 본부장 철회는 철회대로 처리하고, 청와대가 그를 임명학 된 배경과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며 "원인을 고치지 않은 채 이같은 인사 문제가 계속되면 지지율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과 관련단체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기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인사과정에서 논란을 예상했었다"면서 "그 자리가 연구개발 컨트롤 타워로 경험이 중요한데 과거 보좌관 경험이 중요하게 감안됐다"고 이해를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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