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프듀’ 노린 ‘아이돌 학교’, 현실은 낙제점 위기

'아이돌 학교' 포스터(사진=CJ E&M 제공)
낙제점을 받을 위기다. ‘국내 최초 걸그룹 전문 교육 기관’을 표방한 엠넷 ‘아이돌 학교’의 성적이 신통치 못하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 내리막을 타고 있다. 출발은 좋았다. 닐슨 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1회 시청률은 2.3%를 기록(엠넷, tvN 합산 수치)했다. CJ E&M과 닐슨 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콘텐츠파워지수(CPI) 순위는 7월 2주차(7/10~16) 기준 1위였다. 그러나 시청률을 갈수록 떨어지는 중이다. 동일 기준 지난주 방송된 4회 시청률은 1.3%였다. 콘텐츠파워지수 순위 역시 7월 4주차(7/24~30) 기준 10위까지 내려간 상태다.

◇ 무리수 콘셉트…‘프로듀스101’보다 잔인한 학교

‘아이돌 학교’는 9인조 걸그룹 멤버로 데뷔하기 위한 아이돌 지망생들의 성장기를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듀스101’ 시즌2가 인기리에 종영한 직후 전파를 탄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포장지를 잘못 선택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위해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닌 아이돌을 길러내는 ‘학교’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뚜껑을 열고 보니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제작진은 “준비된 연습생이 아닌 일반인 참가자를 성장시킨다는 점이 '프로듀스101'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이돌 학교’에는 대형 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있었거나 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지도가 있는 참가자들이 다수 존재했고, 이들은 대체로 기초실력평가와 시청자 투표 등에서 다른 일반인 참가자들 보다 좋은 성적을 따냈다.

시스템은 오히려 ‘프로듀스101’ 보다 잔인했다. 실시간으로 성적을 공개하는 것도 모자라 생방송 도중 최하위 학생을 교실 앞으로 불러내 투표를 독려하는 멘트를 시키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한, 제작진은 성장 과정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지만 지난 4회에서 최하위권 학생 8명은 퇴조 조치돼 눈물을 쏟아야 했다.


◇ ‘프로듀스101’ 스핀오프 수준…시청자 피로감

4회 방송화면
다른 포장지를 쓰려고 노력했지만 ‘아이돌 학교’는 사실상 ‘프로듀스101’과 큰 차이가 없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쇼미더머니’의 스핀 오프 버전이라면, ‘아이돌 학교’는 ‘프로듀스101’ 스핀 오프 버전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애초 시청자 투표를 통해 데뷔조를 선발하는 핵심 줄기가 같다. 최종 순위는 앞서 방송된 ‘프로듀서101’ 시즌 1,2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투표(온라인+생방송 문자)를 통해 결정된다. ‘국민 프로듀서’가 ‘육성 회원’으로 명칭 정도만 바뀌었다. 참가자들이 팀을 꾸려 미션곡 무대를 선보이는 평가 방식 역시 유사하다. 이미 두 번이나 비슷한 프로그램을 접한 시청자들이 기시감과 피로감을 느낄 법하다.

◇ ‘학생’ 아닌 ‘학교’가 보인다

방송에 앞서 엠넷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입학 지원을 받았고, 자체 심사를 통해 약 40여 명을 추려 ‘아이돌 학교’ 입학생으로 선발했다.

이들은 11주간의 교육 과정을 거치며, 이 기간 동안 ‘아이돌학개론’, ‘칼군무의 이해’, ‘아이돌 멘탈관리학’, ‘발성과 호흡의 관계’, ‘무대 위기 대처술’ 등을 배운다. 시청자 투표를 통해 선발된 상위 9명은 졸업과 동시에 걸그룹으로 즉시 데뷔하게 된다.

각기 다른 기획사에 속한 연습생들이 출연한 ‘프로듀스101’과 달리 ‘아이돌 학교’ 입학생들은 현재 모두 엠넷을 운영하는 CJ E&M과 전속 계약을 맺은 상태다. ‘아이돌 학교’ 측은 “향후 데뷔조의 매니지먼트를 직접 맡을지 위탁하기 될지 결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CJ E&M 혹은 엠넷의 자체 서바이벌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아이돌 학교’는 ‘학생’보다 ‘학교’가 더 강조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인상이 짙다. 앞서 ‘프로듀스101’가 숱한 논란에도 인기를 얻는 비결 중 하나는 프로그램의 몰입도가 높다는 점이었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는 연습생에게 감정이입을 했고, 데뷔를 꿈꾸는 그들의 간절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여 기꺼이 투표에 응했다.

반면, ‘아이돌 학교’ 참가자들은 ‘학교’라는 시스템에 적응하기 바쁜 모습이다. 숙소는 군대 내무반을 연상케 하고, 심지어 통제를 하는 교관까지 존재한다. 이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개성을 뽐낼 여유는 없어 보인다. 시청자들은 CJ E&M 소속인 이들이 가상의 학교 안에서 순위 싸움을 펼치는 모습에 감정이입을 쉽게 하지 못하는 듯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총 11회 분량으로 기획된 ‘아이돌 학교'가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는 점이다. 향후 순위 경쟁이 본격화 될 경우, 부진을 깨고 시청률 반등을 이뤄낼 가능성도 남아있다. 낙제점을 받을 위기에 놓인 ‘아이돌 학교’가 종영 시점에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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