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9일 "흡혈 모기류의 유충을 잡아먹는 국내 토착종인 광릉왕모기를 활용한 모기방제 기술이 개발됐다"고 밝혔다.
광릉왕모기(학명 '토소린카이테스 크리스토피')는 광택이 나고 주둥이가 아래로 굽은 게 특징으로, 성충 크기 1.5~2.0㎝에 전국의 오래된 숲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유충일 때는 다른 모기의 유충을 잡아먹는 데다, 숲모기와 서식 환경이 비슷하다. 모기로 모기를 막는 방제 대책에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왕모기를 매개 모기 방제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는 1929년 하와이에서 처음 도입됐고, 이후에도 피지섬이나 자바섬 등에서 뎅기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박멸에 이용되기도 했다.
국내 유일한 왕모기인 광릉왕모기는 성충이 되면 암수 모두 흡혈하지 않고 꽃의 꿀을 섭취한다.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지 않고 꽃가루를 매개해주기 때문에 모기 가운데는 보기 드문 '익충'(益蟲)인 셈이다.
연구진은 가로·세로·높이 60㎝ 크기의 사육장에 검은 시트지를 두른 뒤 상단에 직경 15㎝의 창문을 낸 '암막 사육장'을 도입했다. 빛에 이끌려 모여든 광릉왕모기가 자연스럽게 짝짓기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
연구진 관계자는 "50일간 사육을 통해 광릉암모기 암컷 한 마리로부터 600마리 이상의 개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광릉왕모기 유충 한 마리는 하루에 약 26마리에 이르는 다른 모기 유충을 잡아 먹을 수 있다. 따라서 유충으로 있는 16일 동안 대략 416마리의 모기 유충을 제거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연구진이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에 야외트랩을 설치해 정량조사를 벌인 결과, 일반 트랩에선 평균 105마리의 모기가 발견됐지만 광릉왕모기 유충이 있는 트랩에선 평균 2마리의 모기만 발견됐다.
기술원 남광희 원장은 "이번에 개발된 생물학적 모기방제기술을 현장에 적용해 생태계 영향을 평가할 계획"이라며 "모기 개체수를 자동 계측하는 디지털모니터링시스템(DMS)와도 연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기술원은 지난 2015년에도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곤충인 잔물땡땡이를 활용한 친환경 모기 방제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잔물땡땡이는 유충 단계에서 모기 유충을 잡아먹고, 성충이 되면 물 속에서 동물 사체를 먹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