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재판은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1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재판부는 제출된 의견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들었다.
결심 공판에 나온 박영수 특별검사가 '특검 측 최종의견'을 읽기 시작한 것은 2시 20분경. 박 특검은 20여 분에 걸쳐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량과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특검은 구형량을 선고하기 직전 "(재판부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며 "이재용 피고인의 뇌물범죄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은 징역 10년 이상의 양형요소에 해당한다"며 높은 구형을 예고했다.
박 특검은 이어 "특히 이재용 피고인은 (정유라 승마지원 등으로 경영승계 등의) 이익을 직접 귀속했고 최종 의사결정자임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미루고 계열사 자금을 정당한 절차없이 유용했다"며 "엄정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즉각적으로 이 피고인에게 징역 12년, 최지성, 장충기, 박상진 피고인에게 각각 징역 10년, 그리고 황성수 피고인에겐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중형을 구형한 이유로 박 특검은 "피고인들의 행위가 전형적인 정경유착 사건"이라는 점을 수차례 지적했다.
특히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 등의 법정 진술 태도에 대해 "허위진술로 일관했고
(피고인들이) 전혀 반성이 없다"며 '괘씸죄'가 적용됐음도 숨기지 않았다.
"이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뼈아픈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법체계를 재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 독대에서 은폐된 진실은 시간이 지나면 다 드러난다. 목하 국정원 사건의 진실도 다 드러나고 있다. 공무상 기밀도 드러난다. 그런데도 수사와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허위진술과 진술 번복을 늘어놓고 있다. 삼성은 이미 문제가 됐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에서 여러번 허위진술을 했고 여러차례 부끄럽다고 사과를 했다. 그런데 또 반복하고 있다. 권력과 유착돼 사적 이익을 취한 그룹 총수와 피고인들이 전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의 최종 변론 시간은 거의 1시간에 이를 만큼 길었다. 특검의 두 배를 넘는 분량이었다.
변호인측의 최종 의견은 '공소사실의 부당성'부터 '부정한 청탁의 증거'에서 '법리의 모순'까지 총망라됐다.
송우철 변호사는 최종의견 진술 말미에서 "재판부가 어떤 선입관도 갖지 말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유.무죄를 가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무죄추정원칙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내용을 밝히는 것으로 최종 의견 진술을 가름했다.
"법원은 공평하고 공정해야 한다. 검사의 공소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심리과정에서 선입견 없는 태도로 검사와 피고인 양편의 주장을 경청하고 증거를 조사하여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헌법상 요구되는 형사재판의 원리인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를 판단하여야 한다"
◇ 특검 "이재용살리기 위한 허위진술" vs 이재용측 "승계 프레임은 '삼인성호'"
대통령에게 경영승계라는 삼성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유라 승마지원' 등 뇌물을 제공했다는 특검의 논리를 놓고 변호인측은 마지막까지 진검승부를 벌였다.
삼성측은 "특검은 출발때부터 이재용 피고인이 피해자가 아니라 이익의 귀속자로 규정하고 삼성에 대한 막대한 의심을 갖고 수사를 했다"고 재판부를 설득했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현안은 존재하지도 않았는데도 특검이 박 전 대통령과의 뇌물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가공의 프레임'으로 승계구도를 만들어 놓고 존재하지 않은 것을 존재한 것처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특검이 삼성내 승계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취지이다.
송우철 변호사는 이에 대해 "세 사람이 거짓된 말도 여러 번 되풀이하면 참이 된다는 '삼인성호'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해 특검의 주장이 바로 '삼인성호'와 같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검은 "피고인들은 엄연한 현안이었던 경영 승계를 '가공의 프레임'이라며 '근거없는 주장'으로 변명하는 등 사건 본질을 호도하고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특검은 또 "'최지성 부회장이 실질적 책임자이고 이 부회장은 몰랐다'는 주장은 그룹 총수를 배제하고 대통령에게 직접 현안을 요구했다는 것으로 신뢰할 수 없는 주장이고 이재용을 살리기 위한 허위주장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