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내에서는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장 시절의 경선 룰로 지방선거를 치러본 적도 없고, 총선과 대선 등에서 좋은 결과를 낸 룰을 지방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고치려는 의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특히 혁신기구를 통해 당원권 강화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미리 퍼지면서 당 안팎에서는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몇몇 당원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출마자들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당 혁신위원회의 명칭은 정당발전위원회로 정했다"며 "지방선거와 관련한 내용들이 포함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구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발위 위원장은 앞서 추미애 대표가 내정한대로 3선의 최재성 전 의원이 맡게 됐으며 위원회는 민주당 발전과 관련한 내용들을 제안할 수 있는 권한만 갖게 된다. 정발위는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현행 당헌‧당규를 보완하는 안을 제안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추 대표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예고하자, 당 안팎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최 전 의원과 추 대표 주도의 혁신위(정발위)를 구성하는 데 대해 지방선거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추 대표와 최 전 의원은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도 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박 대변인은 "기존의 당헌당규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보완책을 만들자는데 방점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당이 높은 지지를 받을 때 당 체질 개선이라든지, 당원 확보 등을 해야하고, 지지층 확보안을 만들 수 있게 보완을 하자는 데에는 최고위원들이 전반적으로 동의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또 대선에서 승리를 하고 당의 지지율이 높은 때에 혁신기구를 만드는 것이 납득이 안 된다는 비판을 의식해 혁신기구 명칭을 '정당발전위원회'로 정했다.
박 대변인은 "'혁신'이 갖는 좋은 의미도 있지만 뭔가 자꾸 바꿔야 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궁극적 취지는 당 발전과 관련된 제안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정당발전위'로 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참여경선과 관련해 현행 당원 50%이하, 일반 유권자 50%이상으로 규정돼 있는 당헌 당규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최고위뿐 아니라 당무위(당최고의결기관)와 중앙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당 대표실 측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방을 유리하게 하는 당헌당규 개정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후보자 결정을 위한 경선에 적용되는 권리당원‧국민참여 비율을 바꾸려면 의원총회와 당무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헌· 당규의 개정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일부 의원들은 추 대표에게 "선수가 룰을 정하면 혼란이 온다"는 발언을 하는 등 우려를 표시했지만 추 대표는 "논의해보자"라고만 답해 이날 최고위에서는 논쟁이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다.
이날 최고위에 참석한 의원들은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으니 좀 지켜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한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의원들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려되는 상황들을 전달했는데 추 대표는 '지켜보자, 같이 검토해보자'라는 답을 해 논쟁이 되지 않았다"면서 "다음주쯤 혁신위가 구성이 완료되고, 활동 방향 등이 나올 때까지는 얘기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최고위원도 "정발위의 개선안이 향후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추 대표가 포괄적으로 '같이 얘기해보자'라고 하니까 일단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른 최고위 참석자는 "공천이 곧 당선인 상황이라 예전 야당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대표가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면 당내 반발이 클 것이고 최고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당 차원의 적폐청산을 맡을 적폐청산위원회도 내주 중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에는 박범계 의원이 지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