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관련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구형하는 순간 법정은 술렁거렸다. 한 방청객은 장탄식을 외쳤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재판을 취재중인 일부 기자들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높은 구형량이 선고되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재판정은 잠시 술렁거린 뒤 다시 무거운 침묵으로 깊숙이 빠져들었다.
높은 구형량이 선고되자 가장 당황한 것은 이재용 피고인과 변호인들이었다.
삼성측 대표 변호사격인 송우철 변호사는 '변호인 최종의견'을 개진하기에 앞서 "특검 구형량에 마음이 무겁다. 이재용 피고인과 삼성에 대한 (특검의) 불신이 깊어 안타깝다. 재판을 통해 불신이 풀리기를 기대했다"고 큰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 변호사는 최종의견 진술과정에서도 여러차례 목이 마른 듯 물을 마셨다.
변호인의 최종의견 진술이 끝나고 이재용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이어졌다. 이 피고인이 최후 진술을 하는 동안 일부 방청객은 "힘내십시요"라고 외쳤다가 재판장의 지시에 따라 법정 퇴정조치를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부에 대한 감사의 말'부터 서론을 꺼냈지만 무슨 말부터 먼저 시작해야 할 지 아주 당황한 기색이었다.
"지난 5개월간 공정하고 세세하게 재판을 진행을 해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 지난 6개월간 답답하고 억울한 감이 있었으나 저 자신 돌아보는 계기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했다. 복잡한 법논리와 공소사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부회장은 여기까지 말을 하고 감정이 복받쳐 잠시 발언을 중단했다. 물을 마시고 수차례 발언을 중단했다.
"제가 너무 부족해서 챙겨야 할 것을 못 챙기고 다 제 책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삼성이 있기까지는 임직원들과 선배들의 피땀이 있었다. 선대회장과…. 그리고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이끈 회장님의 뒤를 이어받아 (물 마시고 묵을 축인 뒤) 삼성이 잘못되면 안된다는 중압감에 노심초사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에서 일하고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재판이 이뤄진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 듯 했다. 만감이 교차한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 하다.
"제가 사익과 제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이 없다. 국민연금 오해 부분은 꼭 풀고 싶다. 삼성합병으로 제가 국민연금에 엄청난 손해를 주고 막대한 이익을 얻은 것처럼 알려진 것은 아주 큰 오해다. 그러나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그렇지 않다. 너무 심한 오해다. 정말 오해다. 그 오해를 풀지 못하면 좋은 경영인이 될 수 없다.(재판장님) 이 오해는 꼭 풀어주시라."
이 부회장은 물론 역시 중형을 구형받은 삼성의 다른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도 무겁긴 마찬가지였다.
최지성 피고인은 자신이 삼성전자 임원으로 있는 동안 가전과 휴대폰, 반도체를 모두 세계 1위기업으로 일으킨 것을 회고하며 "정유라에 대한 부적절한 승마지원이 있었다. 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감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제 늙어가는 저에게 책임을 물으시고 다른 피고인들은 정상참작을 바란다"고 밝혔다.
마지막 재판은 1시간 40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특별검사측의 구형 선고와 변호인의 최종의견 개진, 그리고 각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이뤄졌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는 "복잡하고 쟁점이 많은 사건에 특검과 변호인들이 잘 협조해줘 감사하다"고 마지막 발언을 했다.
재판부는 8월 25일 오후 2시 30분에 '운명의 선고'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모든 재판 절차가 끝나고 이재용 피고인은 특별검사석으로 건너 가 박영수 특별검사와 양재식 특별검사보 등 이 사건 공소유지를 했던 특검측 검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박 특검도 변호인 석으로 건너가 삼성 변론을 맡은 태평양측 변호사들과 악수를 했다.
이때 일부 방청객은 '박영수 특검'에게 '막말'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