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은 미국의 훌륭하고 위대한 동맹이자 동반자이며 미국은 한미 동맹을 위해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 막대한 무역 적자를 시정하고 공정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한미 FTA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대외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가장 강력한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을 내놓고, 특히 중국과 러시아까지 포함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전례없는 빠른 시간 내에 결의안이 채택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뜬금없이 한미 양국간 무역 협정 얘기를 꺼내든 셈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리측 대표인 통상교섭본부장이 최근에 임명된 만큼 앞으로 양측 관계 당국 간 협의가 원만하게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주문'을 부드럽게 피해갔다.
앞서 지난 6월 말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무역 불균형에 대한 재협상(Renegotiation)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한미FTA를 겨냥한 발언을 내놨다.
특히 국방·안보·외교·경제 참모들이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에서 미측 참모들은 자동차와 철강 등 상품수지에서 미국이 한국에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일정을 바꿔 이런 모습을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등의 행보도 보였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을 희석시키고,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러스트 밸트(미 백인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공업지구) 여론층까지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이날 양국 정상 간 통화는 사전 의제 조율 없이 이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 방안 외에 한미FTA 개정 협상 문제까지 굳이 다시 꺼내 든 것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자국민들을 위한 대내용 메시지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박수현 대변인은 "대북 제재안에 대한 논의 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문제로 대화 주제를 자연스럽게 넘겼다"며 "본인 스스로 대화를 이끌어 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