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정부가 계란 수입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올해 연말까지 수입계란에 대한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 유통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일 특란(30개 한 판) 산지가격은 5천196원으로 한 달 전 6천219원 보다 16.4%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11월 16일 AI 발생으로 계란값이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지난 1월 중순의 6천600원대와 비교해선 22%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국 계란 소비자가격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특란(30개 한 판) 소비자가격은 평균 7천604원으로 한 달 전 8천19원 보다 5.2%, 지난 1월 중순의 9천540원대에 비해선 20%나 떨어졌다.
최근 계란값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AI 발생 이후 계란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 산지 공급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종란을 포함한 수입계란에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으니, 산란계 농가들 입장에서는 달가울 리가 없다.
정부는 지난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계란 관세율을 연말까지 0%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조치로 신선란 1만3000톤과 가공란(난황, 난백 등) 1만4400톤, 종란 600톤 등 9개 품목 2만8000톤의 계란을 올해 말까지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양계농가와 식품산업협회 등 관련 단체들의 수입 요구가 있었고, 올해 하반기 계란 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박종구(63세) 대표는 "사람들이 계란을 먹지 않아서 농장에 계란이 남아돌고 있다"며 "(양계)협회가 발표한 권장가격이 계란 1개에 174원인데 중간 상인들은 더 내리라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식품업체들이 이미 1년 치가 넘는 냉동 가공란을 창고에 쟁여놓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이런데 정부가 또 다시 미국계란을 세금 한 푼 안내고 수입하도록 한 것은 업체만 배불리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모르긴 몰라도 올해 추석이 지나면 10월부터는 계란값이 폭락해서 지금 병아리를 입식하는 농가들은 내년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란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계란 부족을 이유로 여러 가지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무조건 수입에 의존하다 보면 우리나라의 계란자급률이 100%에서 90%, 80%로 떨어져 생산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