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사인 볼트의 벽을 넘고 무릎을 꿇은 게이틀린

(자료사진=노컷뉴스)

그동안 육상 남자 100m 종목에서 우사인 볼트(31·자메이카)의 라이벌은 우사인 볼트 자신 밖에 없었다. 볼트는 부정출발로 실력된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 메이저급 대회에서 단 한번도 금메달을 놓쳐본 적이 없었다.

우사인 볼트는 2008년 베이징 대회를 시작으로 2012년 런던 대회, 2016년 리우 대회까지 남자 100m 올림픽 3연패를 달성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2009년, 2013년, 2015년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인간 탄환'으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가 등장한 이래 수많은 선수들이 2인자로 밀려났다. 저스틴 게이틀린(35·미국)이 대표적이다.

게이틀린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과 2005년 헬싱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 우승을 차지한 단거리 종목의 강자였다. 2006년 금지약물 복용 적발로 4년 출전정지 징계를 마치고 돌아왔지만 남자 100m 종목은 이미 우사인 볼트의 독주 체제였다.


게이틀린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남자 100m 동메달을 땄고 2013년 모스코바 세계선수권과 2015년 베이징 세계선수권에서는 우사인 볼트에 밀려 은메달에 머물렀다.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서도 볼트의 벽에 막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0m와 400m 계주에서도 볼트를 이겨본 적 없었다.

마침내 2인자의 한을 풀었다. 그것도 우사인 볼트와의 마지막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게이틀린은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트랙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92만에 레이스를 마쳐 9초94를 기록한 크리스천 콜먼(미국)과 9초95에 머문 우사인 볼트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난 5년동안 우사인 볼트의 뒷모습만 바라보며 뛰어야 했던 게이틀린은 마침내 볼트를 꺾고 12년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아마도 팬들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는 우사인 볼트의 마지막 개인 종목 우승을 보고 싶었을 것이다. 팬들은 게이틀린을 향해 야유를 보냈고 오히려 동메달을 딴 볼트에게 박수를 건넸다.

우사인 볼트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경기가 끝나고 게이틀린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게이틀린은 볼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선수가 선수에게 존경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세리머니다. 오랜 기간 자신의 목표였고 또 이 시대의 육상 황제인 우사인 볼트를 예우한 것이다.

게이틀린은 경기 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볼트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그와 경쟁했던 지난 날들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라며 "(경기가 끝나고) 볼트가 내게 다가와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면서 내가 야유를 받을 이유는 없다며 격려해줬다. 볼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우사인 볼트가 목표였던 개인 통산 4번째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금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메달 개수를 1개 더 늘리면서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웠다.

우사인 볼트는 지금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총 14개의 메달을 획득해 역대 최다 메달 부문 공동 1위에 올랐다.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슬로베니아)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오티는 총 8차례 세계선수권에 나서 200m와 400m 계주 종목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를 땄다.

우사인 볼트는 통산 금메달 1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땄다. 2009년과 2013년 2015년 대회에서 100m, 200m, 400m 계주 3관왕을 차지했고 2011년 대구 대회에서 200m와 400m 계주 금메달을 땄다.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전인 2007년 오사카 대회에서는 200m와 400m 계주에서 각각 은메달을 수확했다.

우사인 볼트는 오는 13일 남자 400m 계주 종목에 출전한다. 볼트의 마지막 질주를 볼 수 있는 경기다. 만약 볼트가 이 경기에서 메달을 수확한다면 그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화려하게 은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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