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던 이 부회장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4일 열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신문조서 일부를 공개했다.
조서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7월 2차 독대 때 '삼성의 승마 지원이 한화보다 못하다'고 이 부회장을 질책을 했느냐는 질문에 "어이가 없다. 어떻게 내가 그런 말을 하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에 "내가 어떻게 이 부회장을 질책하나. 제가 제의해서 승마협회를 맡았는데, 제가 고맙게 생각해야 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 부회장이 전날까지 연이틀 법정에서 진행된 자신의 피의자신문에서 한 말과 상충된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 상황에 대해 "아버님께 빼고는 야단 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앞서 "(박 전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쏘는 것 같았다"고 삼성 임원들에게 분위기를 전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했었다.
'정유라 지원 미흡'으로 질책당하느라 경영권 승계지원 등 우호적 뒷거래는 있을 수 없었다는 취지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진술조서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던진다.
다만 박 전 대통령도 "내가 기억에 남을 만큼 (개별 독대 재벌들의) 현안에 대해 대화한 게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재벌들과의 뒷거래 의혹은 철저히 부인했다.
지난해 2월 '3차 독대'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감사 인사는 (독대한) 대기업 회장 모두에게 내가 했던 말"이라고도 진술했다.
이 역시 "3차 독대에서는 대통령이 JTBC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말했다"며 2차 독대 자리보다 훨씬 험악한 상황이었다던 이 부회장의 입장과 사뭇 다른 언급이다.
특검팀은 당초 박 전 대통령을 증인으로 법정에 세워 신문할 계획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구인장 집행 거부에 막혔다. 이에 따라 검찰 조서 일부를 대신 공개했다.
이 부회장 측은 박 전 대통령 진술조서에 대해 "진술의 핵심 부분은 그간 우리가 해왔던 변호 내용에 부합한다"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