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3-11, 무기력한 패배를 안았다. 원정 3연전을 죄다 내주면서 최근 4연패 수렁에 빠졌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2승8패, 최하위 kt(3승7패)보다 나쁘다. 5강 경쟁팀인 3위 두산(8승1무1패), 4위 LG, 5위 넥센(이상 7승3패)이 상승세를 달린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면서 3위였던 순위는 6위까지 떨어졌다. 5강권과 승차는 4경기 이상으로 벌어졌다.
2일 경기가 뼈아팠다. SK는 넥센에 7회까지 4-3으로 앞서 연패를 끊는 듯했다. 그러나 8회 불펜 난조로 2점을 내주며 역전패를 안았다. 블론세이브(BSV) 18개로 최다인 SK의 현실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염경엽 SK 단장은 올 시즌에 대해 "언젠가 힐만 감독에게 한번의 고비가 찾아올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개막 6연패가 아니었다. 당시 SK는 이후 2연승과 7연승으로 살아나며 전반기를 3위로 마무리했다. 염 단장이 말한 고비는 여름이었다.
SK 불펜은 7월 ERA가 무려 8점이 넘었다. SK가 7월 8승15패로 급전직한 이유였다. 선발진의 호투에도 SK가 힘겨웠던 까닭이다. 그나마 구위가 괜찮았던 불펜 신재웅마저 2일 경기에서 무너졌다. 8월에도 SK는 3연패로 시작했다.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힐만 감독은 힘겨운 KBO 리그 첫 시즌을 치르고 있다. 힐만 감독은 당초 서진용을 마무리로 낙점했으나 BSV 6개를 기록하는 등 초반 난조로 계획을 수정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후에도 불펜 불안을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리그와 달리 타고투저가 극심한 KBO 리그에 사뭇 당황한 기색도 보인다. 3일 넥센전을 앞두고 힐만 감독은 "KBO 리그가 공격적이라는 것은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어 "감독 생활 중 올해만큼 불펜이 고전하는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첫 경험에 고전하는 SK 선수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선수가 한동민(28)이다. 올해 전반기 85경기에서 한동민은 타율 3할1푼3리 26홈런 64타점을 올리며 올해 SK의 최고 히트상품으로 꼽혔다. 그러나 후반기 14경기 타율 1할8푼6리 2홈런 3타점에 허덕이고 있다.
김동엽(27)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전반기 82경기에서 김동엽은 타율 2할8푼8리 18홈런 58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후반기 11경기에서 타율 2할1푼6리에 홈런과 타점은 없다. 미국 시카고 컵스에서 돌아와 군 문제를 해결한 김동엽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SK에 입단해 57굥기를 뛰었다. 풀타임은 올해가 처음이다.
외국인 제이미 로맥 역시 KBO 리그가 처음이다. 대체 외인으로 시즌 중반 합류한 로맥은 5월 18경기 타율 2할4푼2리였지만 7홈런 14타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6월 26경기 타율 1할5푼6리로 허덕였다. 6홈런 12타점을 올렸지만 낮은 타율이 문제였다. 로맥은 7월에도 타율 2할2푼9리였다가 8월 3경기에서 2할7푼3리로 조금 올랐는데 3안타 중 2개가 홈런으로 장타력만큼은 여전하다.
최근 위기가 왔지만 힐만 감독은 일본 니혼햄을 우승으로 이끈 백전노장답게 여유를 잃지는 않은 모습이다. 힐만 감독은 "우리만 불펜 때문에 고민하는 게 아니라 다른 팀도 그런 상황이라 조금은 위안이 된다"는 농담을 취재진에게 던졌다.
차분하게 선수들을 독려해 위기를 헤쳐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아서 생긴 결과가 아니다"면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동민에게 '네가 여름에 최정 다음으로 팀에서 많은 홈런을 치고 타점을 기록한다면 뭐라 말했을까' 이렇게 물었다 치자. 아마 한동민은 '괜찮네요. 좋습니다' 이렇게 답했을 것"이라고 예를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현재 스트레스를 풀라는 것이다. 한동민은 28홈런으로 최정(37개)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에 67타점은 팀내 2위다.
일단 3일 경기에서도 힐만 감독과 SK는 모진 시련을 겪었다. 이날 김동엽과 한동민은 모처럼 잘 맞은 타구가 각각 3루수와 1루수 정면으로 가면서 직선타가 되는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4회 한동민의 타구는 넥센 장영석에 잡히면서 1루 주자 김동엽마저 더블아웃됐다. SK는 로맥의 1타점 2루타로 1점을 따라붙었고, 김동엽까지 안타를 때리며 추격하는 분위기였다. 한동민의 타구가 빠졌다면 최소 1점에 1사 2, 3루 기회가 이어져 승부를 뒤집을 수도 있었다. 한동민은 더블아웃을 보더니 주저앉으면서 하늘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염 단장은 "올해 전력상 우승을 노리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힐만 감독과 젊은 선수들이 경험을 쌓아 내년과 혹은 그 이후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라고 강조했다. 첫 KBO 리그와 첫 풀타임 시즌에 혹독한 신고식과 성장통을 치르고 있는 힐만 감독과 SK. 과연 고비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