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원전산업 몰락은 후쿠시마 전부터 가속화"

켄드라 울리히 그린피스 선임 글로벌 에너지 캠페이너

"후쿠시마 사건 전부터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이미 10년 넘게 사양세를 걷고 있다."

켄드라 울리히 그린피스 선임 글로벌 에너지 캠페이너는 3일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주최로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의 전망 및 해외동향' 토론회의 기조발제 '후쿠시마 영향:세계 원전산업 몰락의 가속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탈원전 정책토론회-탈원전 정책의 현재와 미래, 해외 동향'에서 줄리아 소콜로비쵸바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팀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울리히는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이 2011년 3월의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발전소 사고 발생 이전부터 수십년동안 사양세에 있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은 자국 내 원자력 사고로 인해 원자력에서 갑작스럽게 멀어지게 되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는 하향세를 가속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원자력 설비용량 확대은 대부분 중국 내 신규 원전 건설로만 이루어진 것이지만 중국 역시 후쿠시마 이전 목표와 대비해 축소했다. 중국은 최대 원자력 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의 재생가능에너지 투자는 신규 원전 건설 투자를 크게 상회한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180억 달러 투자 대비 재생가능에너지 1,030억 달러 투자)"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수명 연장을 한다 하더라도, 전 세계적인 감소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말해, 과거 수십 년간 진행된 추세가 원자력을 우회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울리히는 "많은 국가가 원자력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계획적인 탈원전을 하는 곳도 있고 극복하기 힘든 정치적, 법적 어려움과 반원전 여론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갑작스런 원자력 발전소 정지에도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으며 이는 주로 전력 소비 감소 및 재생가능에너지 활용 덕분이다"고 분석했다.

유럽과 미국: 재생에너지 증가, 원전 감소가 대세


두 번째 기조발제에 나선 박종운 동국대 교수는 '원전 및 재생에너지 국내외 현황'에 대한 발표에서 원전 발전량 감소와 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전 세계적 원전 발전량은 25년 동안 7% 감소했다. 미국은 원전 발전량이 현재 20%에서 2050년에는 11%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에 2015-202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재생에너지 설치용량 증가는 305GW, 원자력 증가는 5.6GW로 예상된다. 2025년이면 미국은 현 원자력 발전량이 유지된다 해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30% 높아진다"고 했다.

또한 "2000~2016년 유럽의 발전원별 순증감 현황을 보면 풍력 142 GW 증가, 태양광 101GW증가, 가스 94GW 증가인 반면, 원자력 16GW감소, 석탄/석유 75GW 감소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사망자와 원전 관련성에 대해 "2014년 기준 후쿠시마현의 누적 사망자 1232명은 원전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본다"는 APF 보도를 인용했다. 이 매체는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은 후쿠시마현에서도 원전에 제일 가까운 나미에와 토미오카에서로 각각 359명 291명임이 이를 입증한다. 원전 관련 사망이란 즉각적인 피폭이 아닌 피폭으로 발현된 2차 질병에 의한 사망을 말한다"고 보도했다.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원전정책의 바람직한 방향-신고리 5ㆍ6호기 건설중단 공론화의 문제점' 토론회 (사진=박종민 기자)

원전 문제 정치권이 나서 책임 있는 대안 제시해야

토론자로 나선 김수진 고려대 연구교수는 "더 이상 정당이 원자력문제를 지역민과 시민사회에 맡겨두고 정치적 유불리 계산 뒤에 숨어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1980,90년대 독일에서 원자력은 의회 내 찬반이 분명한 정당 정치의 핵심 의제였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원전 폐쇄를, 기민당/기사당, 자민당은 원전 이용을 옹호했다. 70년 시민사회 반핵운동이 80,90년대 정당 간 원자력 이용을 둘러싼 논쟁으로 이어졌고, 정당간 논쟁은 다시 자연스럽게 사회적 공론화를 이끌었다. 독일은 2000년 탈원전 정책을 채택하고 20년이 되기도 전에 재생가능에너지 발전비중을 30%로 증가시켰다"며 독일의 에너지전환 모범사례를 소개했다.

'공론화위 구성의 기계적 중립성'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사건 이후 독일에서는 메리켈 총리가 17명으로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중 6명이 정당인이었는데 3명이 사민당, 1명 기민당, 1명 기사당, 1명 자민당으로 했다. 원자력 정책에 오랫동안 식견을 가진 사람이 위원회에 들어가는 게 맞다. 우리는 기계적 중립성이라는 강박증이 있다"고 했다.

김수진 교수는 대통령제하의 정책 추진 동력 약화에 대해 "결선투표제, 비례대표제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이 있어야 대통령이 정책을 추진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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