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을 읽고 반신반의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상업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다니요. 동물 소유자는 동물의 생명과 복지를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습니다. 현행법에도 명시된 내용이죠. 그래서 동물 입양은 신중히 고민한 뒤 결정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동물을 구매 물품에 딸려오는 '부수적인 물건' 정도로만 인식하게 된다면 그 동물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일이 적지 않을 겁니다.
이 글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주장을 접했습니다. 초등학교 방과후학교에서 햄스터뿐 아니라 병아리, 열대어, 거북이, 카멜레온, 사슴벌레까지 학생들에게 무분별하게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기된 햄스터 구조 활동을 벌이는 이모 씨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매년 6~7월과 12~1월에 햄스터 집단 유기가 발생한다"면서 "대형마트와 학원에서 어린이날 전후로 햄스터를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하고, 방과후학교에서는 겨울방학 직전에 햄스터를 나눠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우선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운영하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의 최근 5년치 통계를 살펴봤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제외한 동물은 '기타축종'으로 분류하는데요, 햄스터와 고슴도치, 토끼, 거북이, 이구아나, 뱀, 새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기타축종의 유실·유기 건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 933마리, 2013년 975마리, 2014년 1001마리, 2015년 1150마리, 2016년 1218마리로,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었습니다. 주인에게 인도되는 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고 상당수가 자연사하는 점을 고려하면 유실보다는 고의적인 유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기타축종의 세부적인 통계는 공개되지 않아 햄스터의 최근 유실·유기 건수만 따로 살펴봤는데요,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동안에만 96마리가 유실·유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 마리씩 버려진 경우도 있었지만 11마리나 19마리가 한꺼번에 버려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햄스터를 비롯한 이 수많은 동물들은 대체 어디로부터 온 걸까요? 유기동물의 특성상 누가 왜 버렸는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방과후학교나 사설업체가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햄스터 사은품' 이야기로 돌아가 봅니다. 지난 3월 햄스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전단지 사진 한 장이 올라왔습니다. 한 학원이 수강생을 모집하기 위해 제작한 홍보물이었는데, 학원 등록을 하면 햄스터 2마리와 집, 먹이를 사은품으로 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해당 전단지를 받아든 회원이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자 "햄스터가 장난감인가", "학원에 전화해야 한다"는 등의 격앙된 반응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결국 해당 학원은 수도권의 한 영어학원으로 밝혀졌는데요, 직접 연락해 봤더니 학원 관계자는 "학생 모집에 관한 홍보를 마케팅 업체에 의뢰했을 뿐 20~30가지에 달하는 사은품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햄스터를 사은품으로 준 적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수도권의 한 태권도 도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관원을 모집해 회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는데요, 이 커뮤니티에는 "햄스터 전단지를 봤다", "아예 햄스터를 데리고 나와 모집 홍보를 하고 있다"는 목격담이 해마다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방과후학교 강좌 중 하나인 '생명과학' 수업은 자연생태를 있는 그대로 탐구한다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게 생명 경시 풍조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학생들이 햄스터나 도마뱀, 열대어, 달팽이, 장수풍뎅이 등 동물을 직접 만지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 포함돼 있는데, 방과후학교 강사들이 수업 종료 후 '키우기 체험'이라는 명목 아래 학생들에게 동물을 나눠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14세 미만인 자에게는 부모 동의 없이 동물을 판매(분양)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사전에 부모 동의를 거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집으로 '강제 분양'된 동물들은 부모가 울며 겨자먹기로 키우거나 자연에 방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치된 채 죽거나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동물권 활동가들은 지적합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 A(여)씨는 "아이가 사슴벌레 애벌레에 이어 달팽이까지 집으로 가져왔는데, 사전에 어떠한 동의 절차도 없었다"며 "그 이후로 아이는 잠깐씩 들여다볼 뿐 먹이 제공이나 습도 조절은 오롯이 엄마의 일이 돼 버렸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학부모 B(여)씨는 "아이가 구피(열대어)를 가져왔는데 마침 집에 어항이 있어서 키울 수 있었지 다른 학부모는 키울 수 없어 동네 연못에 풀어줬다고 들었다"며 "물고기까지는 괜찮지만 햄스터 같은 소동물이나 장수풍뎅이를 보내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 C(남)씨는 "아이가 가져온 애벌레가 성충이 될까 봐 걱정했는데 자연사했다"며 "병균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털어놨습니다.
방과후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수요 조사를 거쳐 개설되는데요, 학교가 선정한 외부 강사가 수업을 진행합니다. 많은 학생이 들을수록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집니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들이 비윤리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거나 면허 없이 다뤄선 안 되는 생명들을 굉장히 많이 불법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돈을 벌려는 업체들이 난립해 오히려 교육에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수업에 활용되는 동물들은 동물 도매상으로부터 저렴한 가격에 구입된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요?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아이들이 동물들을 다룰 때 많은 경우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죽게 된다"며 "집으로 가져가면 관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 무분별하게 생태계에 풀어놓게 되는데 대부분 외래종이라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인간이 동물에게 병을 옮기기도 하지만, 동물이 인간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다"며 "동물은 미생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해를 끼칠지 모른다"고 전염병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동물권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가져온) 동물을 애들이 기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부담이 되는데 변기에 버리는 분들도 있다"며 "생명을 일회성 호기심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물을 경품 주듯 하게 되면 나중에 동물 학대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아이들의 생명윤리 의식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해 3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요, 개정안은 '도박·시합·복권·오락·유흥·광고 등의 상이나 경품으로 동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시 300만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하죠. 내년부터 학원가 동물 사은품은 법적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방과후수업에서 교육 목적으로 동물을 나눠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주무부처와 동물권 단체 사이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유권해석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편, 현행 방과후학교와 관련해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서울시교육청은 실태 파악 후 계도하겠다는 방침을 CBS노컷뉴스에 밝혔는데요. 정부가 얼마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관리감독하는지 앞으로 쭉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