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들, 대답 좀 해보이소… 한국마사회, 이게 공기업 맞습니꺼… 내 자식 중요한 거 만큼 넘의 자식도 중요한지 알아야지예… 제발 잘 좀 해주이소… 제발…"
故 이현준(향년 37세) 씨의 어머니 이시남 씨가 허름한 복장으로 국회 기자회견실에서 남긴 말입니다.
이어서 故 박경근(향년 39세) 씨의 어머니 주춘옥 씨가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내가 농사지어서 우리 아들 공기업에 보냈습니다. 사람들이 '아들 농사 잘 지었다'고 해쌌는데, 정말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한국 마사회는 우리 아들을 잡아 먹고… 공기업의 횡포 아닙니꺼! 두 달 동안 마사회는 나 몰라라 합니더. 나는 정말 다 갈아먹고 싶어요!"
울분이 쌓였던 춘옥 씨는 연신 손으로 단상을 내리치면서 절규를 토해냈고, 기자들은 자식 잃은 어머니의 눈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평범한 부산 어머니들이 정치인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유는 최근 3개월 사이에 각각 자식을 잃은 슬픔과 억울함 때문이었습니다.
두 어머니의 아들 현준 씨와 경근 씨는 지난 1일과 지난 5월 27일 각각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한국마사회에서 과로와 폭언 등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입니다.
현재 한국마사회 회장은 이양호 전 농촌진흥청 청장이 맡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이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에 선임한 인물로,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알박기 인사'란 평가가 나왔었습니다.
승마계와는 전혀 무관한 이 회장의 선임을 두고 당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얼룩진 마사회의 각종 의혹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황 전 권한대행이 서둘러 인사를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당시 달리 손 쓸 방법은 없었습니다.
마사회는 뒤늦게 경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힘없는 유족이 울며불며 매달릴 때는 아랑곳하지 않더니,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인 우원식 의원이 "절대로 좌시하지 않고 마사회의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고 엄포를 놓으니까 부랴부랴 꼬리를 내리는 모양샙니다.
故 박경근 씨는 슬하에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쌍둥이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비리의 온상이 돼버린 한국마사회에서, 또 박 전 대통령의 마지막 낙하산 인사로 선임된 이양호 회장 치하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두 고인의 명복을 빌 따름입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두 어머니는 한동안 로비에 앉아 넋을 놓고 울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우리 자식들의 죽음을 끝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두 어머니의 바람대로, 명확한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