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 '비후성 심근증' 예방 새로운 길 열렸다

韓 유전자가위 제공…美 인간배아 유전자 변이 교정 성공

비후성 심근증의 증상과 발병 원인.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유전병인 '비후성 심근증'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국내 연구팀이 미국 연구팀과 공동으로 인간배아에서 비후성 심근증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원 기초유전체교정연구단 김진수 단장 연구팀이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미탈리포프(Mitalipov) 교수 연구팀 등과 함께 이러한 연구성과를 거뒀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혔다.

비후성 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심장질환이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CRISPR Cas9)는 박테리아의 면역 체계에서 유래한 DNA 절단효소로 특정 유전자를 없애거나 더할 수 있고, 다른 염기서열로 교체할 수도 있다.

연구진은 인간배아 유전자 교정을 통해, 비후성 심근증 변이 유전자가 자녀에게 유전되지 않을 확률을 자연상태의 50%에서 72.4%로 높여, 유전자가위로 유전병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통상 부모 중 한 명이 변이 유전자 보유 시, 유전될 확률은 50%이다.

유전자가위 도입방식에 따른 유전자 교정 효율 향상 및 모자이크 현상 제거 효과.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단일 유전자 변이로 인한 유전질환은 1만 가지 이상이다. 혈우병, 겸상 적혈구 빈혈증, 헌팅턴병 등 희귀질환이 많고, 환자 수는 수백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의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


비후성 심근증은 인구 500명중 1명의 비율로 발생하는데,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며 젊은 나이에 돌연사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대한법의학회지(광주전남지역)에 따르면 2007∼2010년 심장질환 관련 사망자의 7%가 비후성 심근증에 의한 사망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 김진수 단장 연구팀은 배아 실험에 사용할 유전자가위(크리스퍼 Cas9)를 제작해 제공하고, 실험 후 DNA 분석을 통해 유전자가위가 표적 이탈 효과 없이 아주 정확하게 작동했음을 확인했다. 인간배아에 유전자가위를 도입해 유전자를 교정하는 실험은 미국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연구팀이 수행했다.

유전체교정연구단은 정교한 유전자가위 제작기술과 우수한 유전자교정 정확도 분석기법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연구진의 제안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미국 연구팀은 미국의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간배아 유전자교정 실험을 안전하게 수행했다. 미국은 유전적 난치병 치료목적의 기초연구를 위한 인간배아와 생식세포 변경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유전자 교정의 성공률을 높였다는데 의미가 크다. 기존에는 수정 후 유전자가위를 주입해, 같은 배아에 유전자가 교정되지 않은 세포가 섞여있는 모자이크 현상이 발생했는데, 이번 연구에서 정자와 유전자가위를 동시에 난자에 주입해서 모자이크 현상을 극복함으로써, 유전자 교정의 성공률을 높였다. 모자이크 현상이 일어난 배아는 변이된 유전자를 후세대로 물려 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에 한국시간 8월 3일 새벽 2시에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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