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냐" 국립대서 성행하는 '강의 사고팔기'

노골적으로 금전 요구하는 댓글도…서버폭주로 인한 전산 장애가 원인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대전의 한 국립대에서 수강신청 서버폭주에 따른 전산 장애로 수천 명의 학생이 피해를 보면서 학생 간 '강의 사고팔기'가 성행하고 있다.


대전의 한 국립대 관련 커뮤니티에는 지난 1일을 기점으로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사겠다"라거나 필요한 강의를 "팔겠다"는 등 관련 게시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구체적인 강의 이름과 금액까지 적어 놓고 "얼마면 되겠느냐", "쿨거래 하자", "돈이나 기프티콘을 주겠다"는 등 거래를 적시한 수백 건의 게시글이다.

몇몇 게시글에는 "강의를 팔겠다"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댓글도 눈에 띄었다.

강의 사고팔기는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이 해당 강의를 신청한 학생에게 돈을 주고 강의를 넘겨받는 행태를 말한다.

원하는 강의를 놓친 학생들은 수강 과목을 맞교환하자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이 대학에서 학생 간 강의 사고팔기가 갑자기 성행한 데는 수강신청 기간 서버폭주로 인한 전산 장애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수강신청 오픈과 동시에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수천 명의 학생이 제대로 된 수강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대학 측은 "전산 장애로 8000여 명의 학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원하는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된 학생들은 돈을 주면서까지 강의를 사거나 팔고 있다.

비단 이 대학뿐만 아니라 일련에 대학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강의 사고팔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대부분 대학이 학칙으로 수강신청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나 개인 간 은밀하게 이뤄지는 거래를 적발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른다.

수강신청 서버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들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취업난 속에 학점을 잘 받으려는 대학생들의 애환을 반영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에 대전의 한 국립대에서 수강신청에 실패한 한 학생은 "수백만 원을 내고 다니는 대학에서 강의까지 돈을 주고 사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씁쓸하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수강신청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학생들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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