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매각 계획을 성사시키려는 차원으로 보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 李 "0.3%25, 희망수량방식" 공개발언, 정부 "희망사항일 뿐"
이 행장은 지난달 2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정부 잔여지분 18.4%에 대한 조기 매각 의사를 밝혔다.
그는 "금년에 예보 보유지분을 6% 이하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18.4%를 다 매각하는 것이 기본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0.3% 이상의 지분이 매각대상"이라며 "과점주주방식이 아닌 희망수량방식으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또 지난해 민영화 과정에서 4% 과점주주들을 끌어모은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400억 가량 투자를 할 여력을 갖춘 기금 및 주요 PB고객을 유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행장이 세세한 방안까지 제안하고 나선 데 대해 정부는 마뜩치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정부와 합의된 바가 아닌데 매각 방식 등이 거론된 것을 두고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 행장의 희망섞인 의견일 뿐"이라며 "정부에서 결정된 바가 전혀 없고 정부와 논의한 바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다. 우리은행에서 매각방안을 자꾸 얘기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 업계 "정부 위하는 행보 아냐"
특히 지주회사 전환과 은산분리 완화 등 새 정부 공약과 배치된다는 논란이 불가피한 사안을 새 정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거론하는 것부터 성급해보인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행장이 과연) 정부의 금융을 생각하는 분인지 의심스럽다"며 "금융을 바라보는 눈이 박근혜 정부와 새 정부가 많이 다른데 준 공공기관인 우리은행 수장이 할 말들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각 시점에 대한 적절성 문제도 제기된다. 금융위는 특히 내부적으로 우리은행 지분을 현 시점에서 팔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에서 더 주가가 오른다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참고기사☞우리은행 '완전' 민영화 초읽기…특정인에만 좋은 일?]
1일 기준 우리은행 주가는 1만 9200원으로 정부가 올 초 7개 과점주주에 팔았던 매각 가격(1만 1800원)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더 좋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는데도 현 시점에서 매각을 강행한다면 훗날 헐값 매각 논란의 소지도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금융위가 자신들의 입김이 닿고 있는 우리은행을 매각할 유인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위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정책을 펴는 금융위가 우리은행을 서둘러 처분해야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고 자신들이 책임져야하는 일까지 생길 수 있는데 조기매각하려 하겠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