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줄타기를 해왔다.
하지만 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계기로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하면서 결국 미국의 손을 들어준 셈이 됐다.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의 한 부분으로 보고 강하게 반대해 왔다. 중국의 경제적 보복조치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양국관계는 이미 얼어붙어 있던 상태였다.
중국은 대선 후보 시절 사드 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던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때 기대감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사드배치가 기정사실처럼 되면서 양국관계는 장기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달 24일 한중수교 25주년을 계기로 양국 간 기류가 화해무드로 바뀔 모멘텀을 맞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었지만, 이번 사드 배치로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이 일관되게 발표한 입장이 있고,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문제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갈등 등 현안들이 중국에 부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한중수교 25주년'이 터닝포인트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중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29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김장수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해 사드 배치 절차의 중단과 이미 설치된 사드 장비의 철거를 요구했다.
이번 달을 목표로 추진 중이었던 한중정상회의도 불투명해진지 오래다. 당초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을 계기로 외교장관 간 만남을 통해 정상회의 관련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ARF 회의를 약 1주일 앞두고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직까지 아무런 일정이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중국 측이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항의의 의사를 표시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중국 등 주변국의 협조가 필요한 문 정부의 대북 정책이 한층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미 양국은 사드는 북한 등 안보 위협 요소로부터 주변국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이 나서서 북한을 압박하도록 역할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사실상의 사드 추가 배치 결정을 통해 대중국 지렛대를 너무 쉽게 잃은 감이 있다.
또 연말까지 중국과 관계를 회복할 계기가 마땅치 않다는 점 역시 숙제로 남게 됐다.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향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둘러싼 '한미일 대 중러'의 구도가 고착화된다면 한국의 대북 '주도권'은 급속히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