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상황에서 '베를린 구상' 쉽지 않아"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 정부는 대화를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애초에 허상임을 하루 빨리 깨닫고 베를린 선언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루 전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이 국민 앞에 허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직격탄을 퍼부은 바 있다.
'베를린 구상'의 동력을 이어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아직은 확고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좌초되거나 제동이 걸렸거나 앞으로 걸릴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통일부는 31일에도 북한의 추가 마시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핵과 전쟁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고자 이미 밝힌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상황을 잘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는 물론 핵실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8월 말부터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이 예정돼 있어 문 대통령의 대북평화 구상의 상징이 된 '베를린 구상'이 당분간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름있는 연구기관에 있는 한 북한 전문가는 CBS와의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 베를린 구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비관론을 폈다. 다만 이 전문가는 "제재만 해서는 전임 정부와 다를 바가 없다. 남북간, 북미간에 물밑 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 "사드 반대하는 분들만 보고 갈 수는 없어"
박근혜 정부에서 사드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지적해 왔던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 배치할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다. 비록 '임시'라는 단어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배치된 2기에다 추가 배치될 4기를 합치면 사드 1개 포대가 완성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 한 것이라는 해석이 여권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화성 14형 시험 발사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 전면 배치를 건의했고, 전 단계로 임시배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사드 배치를 취소할 수도 있는 조건부 배치냐는 질문에는 '그 뜻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했다.
안보문제에 정통한 정부여당의 한 인사도 CBS와의 통화에서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로 추가 배치했다가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다시 철회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데 미국을 설득할 방법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정부가 계기를 잘 잡은 것 같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 분들만 보고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앞서의 북한 전문가도 "정부의 속마음은 모르겠다"고 신중론을 펴면서도 "사드 배치는 기정사실화 되는 것 같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사드의 군사적 실효성은 모르겠지만 한반도에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군의 즉시 개입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를 없애는 효과는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전문가는 "WTO에 가입한 중국이 우리 나라에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경제 제재는 많지 않다. 대신에 북한을 끌어 않으면서 전통적인 북.중.러 vs 한.미.일 대립 구도를 만들려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북한이 바라는 바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