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국민 사과를 끝으로 증거조작 사건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바닥으로 떨어진 당 지지율에 새로운 리더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국민의당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31일 검찰의 증거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 후 열린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의원총회 연석회의는 침통하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를 받았던 이용주 의원은 "법적 책임은 면했지만 김인원, 김성호 두 사람이 나 대신 일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만약 내가 전적으로 도맡아 했더라면 나 역시 (기소를) 피할 수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증거조작 윗선 의혹을 받았던 박지원 전 대표도 소속 의원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선대위원장으로서 미안하다"면서도 "의혹으로 밝혀진 만큼 이번 일로 의기소침해하지 말고 심기일전해서 단합돼 하나되는 계기로 삼자"고 다독였다.
하지만 전현직 지도부의 대국민 사과에도 '증거조작당'이라는 주홍글씨가 검찰수사결과 발표만으로 지워지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그럼에도 '이유미 단독범행'이라는 당 진상조사위 결과와 달리 김성호 전 공명선거추진단 수석부단장과 김인원 전 부단장까지 기소됐지만 지도부 결백이 입증돼서 다행이라는 당 지도부의 반응은 국민정서와도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당이 증거조작 사건 수사 결과 발표 이후 보인 모습은 국민정서와 분명히 동떨어져 있다.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는 초반부 반성의 분위기와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큰 산을 넘었다"며 "반성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다수를 이뤘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전대를 앞두고 있는 만큼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고 단합하자"며 "개인적 비리가 아니라 일하다 생긴 사건인 만큼 당이 기소된 사람들을 응원해야 한다"고 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공명선거추진단을 이끌었던 핵심관계자들이 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이유미씨 단독 범행이라는 국민의당 자체 조사결과는 사실과 다르다는게 더욱 명백해졌다"며 "국민의당은 꼬리 자르기식 부실 자체조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 지지율이 4%대 최하위로 떨어져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은 오는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 새로운 '얼굴'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이 당권 도전을 공식 선언했지만 국민의당이 표방하는 '새정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회의론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마땅한 대안이 없다보니 안철수 전 대표가 재등판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국민의당 원외 지역위원장 109명은 지난달 30일 지자회견을 열고 "8.27 전당대회에서 안 전 대표의 리더십이 요구된다"며 당대표 선거 출마를 촉구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증거조작 사건이 없었더라면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전당대회 출마 압박도 심했을 것"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그런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난 상태"라며 안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낮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