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발 직후 '긴급하고 필요한 조치'를 마무리한 문 대통령은 군 지휘부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뒤 휴가지로 떠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초 전날부터 휴가를 가려고 했지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직후 전날 새벽 1시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휴가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NSC 회의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검토 ▲한미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등 보다 강력한 무력시위 전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긴급 요청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대북 경계태세 강화 등을 주문한 상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필요한 긴급 조치들을 어제 다 했기 때문에 오늘 휴가를 떠날 수 있었다"며 "북한에 대해서는 만반의 준비 시스템을 갖추고 휴가를 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통령이 어디 계시더라도 언제든 화상을 통해서 군 지휘부와 대화를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해놨다"며 "휴가지에 계시더라도 업무를 보시는데에는 큰 이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언제든지 화상을 통해 군 지휘부와 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휴가의 콘셉트다 휴식이고 이번에는 진짜 푹 쉬겠다는 생각"이라며 세간의 관심을 받아온 대통령의 '휴가지 독서 목록'도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도발 직후 떠나는 휴가인 만큼 문 대통령이 대북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에도 문 대통령이 휴가 길에 오른 것은 '휴식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철학과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의 면모를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휴식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며 15일 이상 연차유급휴가와 12일 이상 여름휴가를 의무화하고, 기본 연차유급휴가일수도 20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문 대통령은 노동절인 지난 5월 1일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가 난 것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노동절의 슬픈 자화상이다. 휴식이 안전"이라며 "삶의 여유야말로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를 걱정하게 한다"며 이런 정책을 발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취임 12일 만인 지난 5월 22일 첫 연차휴가를 사용했고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연차 휴가를 모두 쓰겠다. 공무원들도 연차를 다 사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독려해 달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