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보다 관록' 이준형의 절치부심, 신성 차준환 넘다

'준환아, 안정적인 게 먼저야' 30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남자시니어에 출전한 이준형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 맏형 이준형(21 · 단국대)이 현재 가장 주목받는 에이스 차준환(16 · 휘문고)을 제치고 국가대표 1차 선발전 정상에 올랐다.

이준형은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51.00점을 얻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77.72점까지 총점 228.72점으로 우승을 차지,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해서 열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올림픽 메달 기대주로 꼽히는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점프 착지 뒤 넘어지는 등 실수가 나오며 129.67점으로 최종 합계 206.92점으로 3위에 머물렀다. 김진서(한체대)가 223.49점으로 2위에 올랐다.

이준형은 이번 우승으로 오는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 출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여기서 이준형이 6위 안에 들면 내년 평창올림픽 출전 티켓을 한국에 안길 수 있다. 이후 12월과 내년 1월 국가대표 2, 3차 선발전까지 최종 합산해 올림픽 출전 선수가 결정된다.


30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남자시니어에 출전한 이준형이 멋진 연기를 펼치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준형의 절치부심이 통했다. 이준형은 2014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우승을 차지했지만 시니어 무대에 나선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준형은 절치부심 의지를 다졌다. 지난 27일 미디어데이에서 이준형은 "지난 시즌에는 부상이 가장 컸다"면서 "이번에는 큰 욕심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부상 없이 기술을 성공시키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어 "그동안 재활 훈련을 열심히 했다"면서 "차준환 못지 않게 좋은 연기를 펼치고 싶다"고 후배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뜻도 드러냈다. 담담했지만 지난 시즌의 아픔과 평창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다짐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남자시니어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펼친 뒤 고개를 떨구고 있다. 박종민기자
과연 이준형의 다짐은 빙판에서 고스란히 실현됐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이준형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침착한 연기를 펼쳤다. 차준환이 펼친 쿼드러플(4회전) 점프같은 고난도 기술은 없었지만 큰 욕심보다는 안전한 연기로 점수를 쌓았다.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음악에 맞춰 연기를 펼친 이준형은 트리플 점프로만 구성된 프로그램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반면 차준환은 첫 점프인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는 성공했지만 이후 쿼드러플 살코에서 넘어졌고, 트리플 악셀도 1회전만 처리하면서 무너졌다.

쇼트프로그램 3위였던 김진서도 이날 두 번의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에 성공했으나 이후 트리플 루프에서 엉덩방아를 쪘다. 이후에도 점프 실수가 나와 2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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