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대표는 28일 비공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한다. 혁신위원장으로는 최재성 전 의원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당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당의 힘은 당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당세 확장, 당의 체력 확장, 체질 강화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대선 이후인 지난 5월 24일 최고위에서도 “당원의 자부심을 고취하고 명실상부한 당원권 신장을 위해 조속히 새로운 정당 혁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추 대표의 당원권 강화 구상이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추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을 두고 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 추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어느 방향으로 갈지 결론은 없다”면서도 “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뒀다.
민주당의 현행 당헌 당규는 지방자치단체의장선거후보자 추천을 위한 경선은 국민참여경선(여론조사경선 포함)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리 당원은 50% 이하, 권리당원 아닌 유권자의 비중은 50% 이상의 범위 안에서 정하도록 돼 있다.
추 대표가 이날 혁신위 구성을 공식화하기 전에 당 일각에서는 권리당원의 비중을 높이거나 100% 권리당원 중심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렇게 될 경우에는 일반 국민보다는 당원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후보자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적 지지도나 인지도보다는 당내 기반과 조직이 탄탄한 후보가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일례로 당내 기반이 약한 박원순·이재명 시장이 경선에서 불리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혁신위 구상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 대표를 비롯한 측근으로 분류되는 최재성 전 의원 등에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순수한 의도로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혁신위에 별 기대를 않는다. 내용은 나와 봐야 알지만 꼼수 쓰는 게 분명하다”며 “혁신위라는 게 선거에 지거나 당에 위기가 있을 때 꾸리는 건데, 대선도 이겼고 당의 지지율도 높은 상황에서 혁신위 구성은 뜬금없다”라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지금 정권 초기고 당내 갈등이 표면화 되면 안 될 것 같아서 참고 있는 사이에 대표가 도를 넘고 있다”며 “한번 계기가 생겨 촉발되면 다들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3선 의원도 “추 대표에 대한 불만들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한 광역단체장 측근은 “(김상곤)혁신위안으로 총선도 이겼고, 대선도 이겼다”며 “현재의 혁신위안으로 연달아 승리했는데, 지방선거에는 적용도 안 해보고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바꾸려고 밀어붙이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비판에 추 대표 측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라는 단기적인 과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집권 여당이 된 민주당이 ‘100년 정당’으로 나가기 위한 체질강화를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당 체질을 바꾸기 위한 혁신위 구성에 대해서는 최고위원들도 공감을 한다. 내년 지방선거와는 무관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고위원들이 전달했다”며 “지방선거와 결부시키는 건 과한 해석”이라고 했다.
지방선거와 혁신위는 별개라는 것이다. 추 대표도 이날 최고위에서 당 최고위원들의 조언에 공감을 표하면서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이냐는 전략위원장에게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보고해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대표실 관계자 역시 “끊임없이 혁신하겠다는 것이 진심”이라며 “지방선거 출마 당사자가 지방선거 룰을 유리하게 바꾸려고 혁신위를 꾸린다는 주장이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 편에서는 혁신위 설치를 위해서는 당무위(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 꾸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총무실 관계자는 “당의 특별기구기 때문에 최고위원회만 거치면 된다”라고 설명했지만, 김상곤 혁신위 때에는 당무위를 거쳐 결정된 선례가 있다.
또 후보자 결정을 위한 경선에 적용되는 권리당원‧국민참여 비율을 바꾸려면 의원총회와 당무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헌· 당규의 개정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