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화성-14형' 진전…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의문

"엔진추력 키워 사거리 2000km 늘려, 발사시험 지속할 듯"

북한이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발사 장면. (사진=유튜브 캡처)
북한이 '화성-14형' 미사일 시험발사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미국 본토에 닿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능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이번 시험발사에서 화성-14형의 최고고도와 비행거리가 각각 3천724.9㎞, 998㎞라고 밝혔다.우리 군당국이 추정한 것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발사각을 최대한 끌어올린 고각 발사를 한 점을 고려하면, 30∼45도의 정상 각도로 쏠 경우 사거리가 9천∼1만㎞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강도에서 쏘면 미국 동부와 남부를 제외한 본토 대부분 지역에 사정권에 포함된다.

서부 연안 샌디에이고를 포함한 캘리포니아주 전역은 물론, 5대호 주변 시카고 같은 대도시도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계산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28일 밤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를 참관하고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되였다"고 말한 것도 이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4일 화성-14형 시험발사 성공에 자신감을 얻어 엔진의 추력을 더 높여 사거리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14형의 1단 주엔진은 북한이 지난 3월 18일 연소시험에 성공한 액체연료 엔진이다.

당시 연소시험을 참관한 김정은이 '3·18 혁명'이라고 부르며 극찬했던 엔진이다.

북한은 3·18 혁명 주엔진에 4개의 보조엔진을 달아 화성-14형의 비행 안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과 같은 고난도 기술을 확보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ICBM급 미사일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 밖으로 나간 미사일이 다시 들어갈 때 섭씨 6천∼7천도의 고열과 압력 속에서 탄두를 보호하고 탄두부가 일정한 형태로 깎이도록 함으로써 예정 궤도를 오차 없이 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탄두부에 들어있는 핵 기폭장치 등이 망가져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미리 터지거나 대기권에 진입해도 목표지점을 제대로 타격할 수 없다.

특히 고각 발사를 하면 엔진 추력의 상당 부분이 중력을 이기는 데 소모돼 대기권에 다시 들어갈 때 ICBM급 미사일의 속도(마하 20 이상)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권 재진입 속도가 낮으면 발생하는 열과 압력도 낮을 수밖에 없어 재진입 기술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는 충분히 입증했지만 북한의 말대로 탄두는 그대로 바다에 빠졌다"며 "대기권 재진입후 탄두폭발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에 따라 앞으로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시험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사거리를 입증한 것만으로도 미국을 위협하는 정치적 성과는 충분히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밤중 기습발사를 통해 임의의 시각 임의장소에서 언제든지 미사일 발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데다 사거리가 충분히 긴 ICBM급 미사일로 미국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불확실한 가능성조차 미국에게는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2차 ICBM 시험발사를 기습적으로 강행해 미국 및 한국과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호전성을 재확인시켰다"며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 차단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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