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은 차관, 김상률·김종덕은 구치소로 '사필귀정'

'신분 보장' 공무원 사직 강요한 박근혜 정부 '갑질' 단죄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현 2차관)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단죄되면서 1년여 만에 이들의 처지는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전 국장은 2013년 8월 당시 대한승마협회 감사 보고서에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담았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참 나쁜 사람'으로 지목됐다.

박 전 대통령의 인사 조치 지시에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은 노 전 국장을 대기 발령냈다가 한 달 뒤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시켰다.


그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작년 3∼4월 무렵 박 전 대통령은 노 전 국장이 여전히 공무원으로 일하는 걸 알고는 당시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에게 '사표를 받으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렸다.

김 전 수석은 이런 대통령의 뜻을 김종덕 당시 문체부 장관에게 전달했고, 김 전 장관은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장으로 재직 중이던 노 전 국장에게 그만둘 것을 요구해 끝내 사직서를 받아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석과 장관이 나서 법으로 신분이 보장되는 2급 공무원이자 한 집안의 가장이던 노 전 국장을 일자리에서 쫓아낸 셈이다.

그로부터 1년여 뒤인 지난 6월 노 전 국장은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문체부 2차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반대로 그를 사직으로 내몬 김 전 수석과 김 전 장관은 27일 법원에서 직권을 남용했다는 이유 등으로 각각 징역 1년 6개월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 온 김 전 수석은 황망한 표정을 지은 채 이날 법정에서 구속됐다.

교수 출신인 김 전 수석은 '공직 경험 부족'을 이유로 들며 자신이 한 일이 어떤 의미였는지 잘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상관인 대통령의 지시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김 전 장관 주장에도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따른 거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사직 강요의 피해자였던 노태강 차관은 연합뉴스가 29일 선고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자 "판결이 그렇게(직권남용 인정) 나서 제가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네요"라고 말을 아꼈다. 그는 지난 6월 문체부 2차관에 발탁됐을 때도 "감정의 앙금은 남아있지 않다"고 담담히 말했다.

다만 노 차관은 야인 신분이던 4월 11일 최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을 때 그간의 소회가 담긴 뼈있는 말 한마디를 남겼다.

당시 그는 "공무원 생활을 30여년 하면서 느낀 건, 공무원이라면 안고 가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며 "저는 그 책임을 맡았고, 앞으로는 공무원이 국가에 극심한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정권을 쥔 권력자들의 '갑질'에 억울하게 피해 보는 공무원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는 소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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