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광화문 촛불 현장 지켰던 박종필 감독 별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빈소 마련

간암 말기로 투병하다 28일 오후 별세한 故 박종필 감독 (사진=박종필 감독 페이스북)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난 이후, 시민들은 광장에 나와 촛불을 들었다. 이 순간들을 함께 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미디어팀의 다큐멘터리스트 박종필 감독이 별세했다.

고인의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박 감독은 28일 오후 4시 10분 경 강릉요양원에서 운명했고, 오후 9시 경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3층)로 옮겨졌다.

박 감독은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와 퇴진행동 미디어팀에 몸담으며 현장을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세월호 인양 등 최근까지 쉼 없이 작업을 했던 그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고인은 특히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청각장애인 생활시설 '에바다 농아원'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및 재단 비리를 폭로한 '끝없는 싸움-에바다', '에바다 투쟁 6년-해아래 모든이의 평등을 위하여'를 제작했고, '장애인이동권투쟁보고서-버스를 타자', '노들바람', '이동할 권리' 등 장애인 투쟁현장을 성실히 담아냈다.


진보적 미디어운동 연구저널 'ACT!' 기사(2005년 10월)에 따르면 박 감독은 작품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장애인권영화제, 장애인미디어교육, 장애인기자학교 등에 모습을 드러냈고, 장애인미디어(지원)센터를 고민하는 인물이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박 감독의 투병 소식을 전하며 그를 "노숙인의 삶과 장애인 운동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보고 부대끼며 현장을 기록한 사람. 말수는 적지만 누구보다 책임감 강하고, 고집도 무지 센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박 소장은 강릉요양원에서 만났을 당시 박 감독이 "세월호 가족들이 모르길 바랬어요. 세월호 일하다가 과로해서 그랬다면 안 되잖아요. 너무 미안해서요. 내가 너무 미안해요"라고 했다며 "그가 기적적으로 살아날 수 있도록 기도 드려주세요"라고 부탁한 바 있다.

박 감독의 사망 소식에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생각보다 그 빈자리가 너무 크다. 이미 관홍이와 아이들과 뜨거운 포옹을 했겠지만 아직은 우리 곁에서 함께하는 게 맞는데…"라며 슬퍼했다.

노순택 사진작가는 "박종필 감독님, 명복을 빕니다. 무거웠을 마음의 짐, 산 자에게 맡기시고, 당신 마음만은 가볍게 떠나시길 빌어요"라는 글로 애도를 표했다.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됐다는 소식을 알리며 "너무나 황망하고 참담하지만 고인의 많은 벗들과 지인들이 함께해 주시길 빈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