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면 몸이 붕붕 떠요" 수면시위 나선 버스기사들

- '초과근무' 특례조항서 운수업 빼야
- 법은 주40시간, 현실은 88시간…
- 말로만 안전버스? 시민안전 위험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안경선(경기도 버스기사)



잠을 좀 자고 싶다. 어제 국회 앞에 800여 명이 모여서 시위를 했는데요. 거기에 등장한 구호가 바로 '잠을 좀 자고 싶다' 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인 건가 했더니 바로 버스 운전기사들이었습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서 800명이나 모인 건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 잠을 좀 자고 싶다는 분들 중에 한 분 직접 만나보죠. 경기도에서 버스운전을 하세요. 안경선 기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안 기사님 안녕하세요.

◆ 안경선>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어제 집회. 그러니까 전국에 있는 분들이 골고루 다 오신 거예요?

◆ 안경선> 네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으셔서 운전대를 놓고 국회 앞으로 모이셨습니까?

◆ 안경선> 지금 근로기준법 제59조 특례조항이라고 해서 버스 또는 특수하게 공공근로 이런 여러 분야를 무제한으로 근로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만들어놓은 게 있어요.

◇ 김현정> 근로기준법 중에 59조 특례조항.

◆ 안경선> 59조 특례조항에 하루에 8시간 근로를 해야 되는데 16시간, 20시간씩 일을 시켜도 괜찮다, 그런 업종은.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이고요.

◆ 안경선> 네네.

◇ 김현정> 연장근무를 해도 52시간을 넘으면 안 되거든요, 52시간을 넘으면. 특례업종 그러니까 59조에 따른 특례업종은 그 시간제한이 없다.

◆ 안경선> 네네.

◇ 김현정> 거기에 들어가는 게 바로 운수업이다 이 말씀이시군요.

◆ 안경선> 버스는 특히나 사람을 수송하는 잠을 다 자지 못하고선 운전을 할 수 없는데, 잠을 다 자지 못한 채 그 다음날 나와서 또 잠을 못 자고 또 일을 하고 4일, 5일씩 연속 근로를 합니다. 그거를 그래서 법의 특례조항에서 빼달라 그런 얘기였어요.

◇ 김현정> 특례조항에서 빼달라. 제가 지금 근로기준법 59조를 찾아보니까요. 운수업, 영화제작업, 그 다음에 공중의 편의나 업무 특성상 필요한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 한해서 근로자 대표가 서면합의를 한 경우에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이렇게 되어 있네요. 거기 운수업이 분명히 들어 있네요. 우리는 좀 빼달라?

◆ 안경선> 네.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몇 시에 운전을 시작해서 몇 시까지 운전하세요?

◆ 안경선> 보통 근로자가 평균적으로 6시에서 출발한다고 그러면 12시. 밤 12시. 새벽 6시에 나와서 밤 12시.

◇ 김현정> 새벽 6시에서 밤 12시면 이게 몇 시간입니까? 18시간이 되네요.

◆ 안경선> 실질적으로 임금으로 계산하는 시간은 16시간인데 출퇴근, 출발준비까지 다 따지면 그렇게 됩니다.

◇ 김현정> 18시간을. 그러면 18시간을 계속 운행하는 건 아니고 구간을 한번 가면 쉬는 게 있잖아요.

◆ 안경선> 종점까지 가는 시간이 그렇게 여유 있지 않아요. 가서 바로 되돌려 와야 되고. 한 바퀴 돌고 오면 3시간 반 걸리는데 3시간 반이 돼야만 휴식을 할 수 있어요.

◇ 김현정> 3시간 반 꼬박 운전하고 휴식은 몇 분 취하세요?

◆ 안경선> 30분 쉴 때도 있고 뭐 1시간 쉴 때도 있고 그래요. 그것보다 더 무서운 건 퇴근을 해서 12시에 운행 종료하고 집에 한 30분 동안 차를 끌고 퇴근하고 씻고 자면 무조건 1시 반이 넘어야 돼요.

◇ 김현정> 새벽 1시 반?

◆ 안경선> 거기에서 잠을 자고 또 4시 반에 일어나서 또 출근 준비해서 또 운행을 해야 되니까 잠을 자고 싶다. 근로자들은 잠을 자고 싶다.

◇ 김현정> 1시 반에 들어간 사람이 4시 반에 또 출근을 해야 되고.

◆ 안경선> 기상을 해야 돼요.

◇ 김현정> 그러면 주당 몇 시간 정도 지금 근무하고 계세요?

◆ 안경선> 주당 88시간 정도.

◇ 김현정>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인데 88시간, 2배가 넘게 근무를 하시고 또 게다가 이제 버스운전은 몸으로 하는 거기 때문에 피곤함을 육체적인 피로를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직업인데 만만치는 않네요.

(사진=전국자동차노동조합 제공)
◆ 안경선> 제가 운전하면서 느꼈던 현상을 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아차 싶어서 내가 정류장에 손님이 있었나 없었나. 정류장을 지나왔나 안 지나왔나 기억을 못할 때가 너무 많아요.

◇ 김현정> 깜빡 졸아가지고?

◆ 안경선> 졸은 건지 안 졸은 건지.

◇ 김현정> 정신이 없어서?

◆ 안경선> 졸면 안 된다는 긴장을 하고는 있지만 눈은 안 감았어요.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멈춰 있는 거죠.

◇ 김현정> 몽롱한 거죠, 그러니까.

◆ 안경선> 네네네.

◇ 김현정> 내가 저기 정류장을 지금 지났던가? 손님이 계셨던가 이걸 깜빡깜빡하는.

◆ 안경선> 그걸 인지를 못하고 있어요.

◇ 김현정> 기사님, 저 지금 들으면서 좀 아찔했어요.

◆ 안경선> 운전자들이 대부분 다 우리는 모여서 차 마시면서 토론하면 그런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그러니까 몸이 붕 떠 있고 정신은 몽롱하고 그런 거네요.

◆ 안경선> 네네.

◇ 김현정> 진짜 이게 참 들으면서 아찔할 정도인데. 지난 7월 9일에 버스기사 한 분이 졸음운전 하다가 경부고속도로에서 참사를 냈습니다. 이 사고 소식 들으시면서는 남 얘기 같지 않으셨겠는데요.

◆ 안경선> 그 사고를 듣고 안타까움도 컸지만 누구나 다 저런 상황이 될 수 있다.

◇ 김현정> 누구나.

◆ 안경선> 그리고 왜 그랬는가를 현장에서 근로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이 느끼고 있을 것이다.

◇ 김현정> 경부고속도로에서 사고 났던 운전자 같은 경우에는 16시간 반 운전하고 11시 반에 운행을 종료했으니까 아마 집에 한 12시 넘어서 취침을 했겠죠. 그러고 나서 또 6시에 출근해서 다시 운전 시작한. 비슷한 경우네요, 선생님하고.

◆ 안경선> 네. 그런 부분이 공감대가 많이 형성이 되고 있고요. 다른 노동하고 다르게 사람을 수송하는 거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 이런 얘기는 지금 너무 어처구니 없는 얘기고. 그런 걸 알면서도 국가나 단체의 높은 분들이 그런 걸 잘 분석을 해서 빨리 좀 국민이 좀 안 다치게끔. 노동자도 물론 잠을 못 자서 힘들지만 위험에 계속 노출돼 있는 건 국민이 노출돼 있는 거니까.

◇ 김현정> 시민들이 노출돼 있는 건데. 우리가 잠 자고 덜 자고 이 문제는 둘째고, 일단은 시민 안전도 문제다, 그것 좀 생각해 달라 이 말씀.

◆ 안경선> 거기가 제일 문제라고 봐요.

◇ 김현정> 제일 문제라고 보세요?

◆ 안경선> 네네.

◇ 김현정> 바라는 걸 다시 여쭈면 역시 잠 좀 자고 싶다.

◆ 안경선> 네.

◇ 김현정> 잠 좀 푹 자고 싶다?

◆ 안경선> 네. 안전한 버스, 친절한 버스, 시민을 위한 버스 하라는 건 그냥 높은 사람들이 자기네들 생색만 내는 말이지 현장하고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마음이 아프네요. 다음 주 월요일에 국회 환노위에서 전체 회의가 열립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 단축 문제하고 버스기사 연장근로 제한 같은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고 그럽니다. 버스 기사님들뿐 아니라 시민 안전도 고려해서 바른, 가장 적절한 결정이 내려지길 저도 기대하고 결과 지켜보겠습니다.

◆ 안경선>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경기도에서 버스운전하고 계시는 분이세요. 안경선 기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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