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차근 차분히" 김연아의 길, 첫걸음 떼는 차준환

'승부수는 아직...'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 차준환이 27일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 차준환(16 · 휘문고)이 남자 선수로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위한 장도의 첫 걸음을 뗀다. '피겨 여왕' 김연아(27)가 개척한 올림픽 메달의 길을 잇기 위해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차준환은 28일부터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리는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챌린지 대회'에 나선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표 선수 선발전을 겸해 열리는 대회다. 3차례 걸쳐 열리는 선발전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하는 1명이 꿈의 무대를 밟을 수 있다.

가장 올림픽에 근접한 선수가 차준환이다. 지난 시즌 차준환은 한국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국제빙상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회 연속 우승과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을 일궈냈다.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도 역시 남자 선수 역대 최고인 5위에 올랐다.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서 남자 최초의 메달이 기대된다. 한국 피겨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사상 최초로 우승하며 메달을 개척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도 금메달과 진배없는 은메달을 목에 걸며 2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내년 평창에서는 현실적으로 여자 선수의 입상 가능성이 적지만 차준환이 메달 행진을 이어줄 것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0년 김연아의 금메달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현재 제자인 차준환에 대해 "평창올림픽 메달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볼 정도다.

일단 대회가 반년 정도 남은 만큼 차준환은 차분하게 결전을 준비하고 있다. 27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차준환은 내년 평창 대회와 관련해 "올림픽을 위해서보다는 항상 매 시합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하고 차근차근 헤쳐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각오로 일단 예리한 날을 감췄다.


'필살기는 4회전 점프' 차준환은 4회전 점프가 2번 들어가는 기존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에서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한번 더 시도할 계획이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하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한 회심의 카드를 벼르고 있다. 바로 필살기 4회전 점프 늘리기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시즌 초반에는 2번인 4회전 점프를 평창올림픽 즈음해서 3번으로 늘리는 것이다.

남자 선수들의 4회전 점프는 필수나 다름없다. 소치올림픽 챔피언 하뉴 유즈루(일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4번의 4회전 점프를 구사한다. 네이선 첸(미국)은 지난 1월 자국선수권대회에서 무려 7번이나 쿼드러플 점프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차준환 역시 세계 강호들과 겨루기 위해서는 4회전 점프 장착이 불가피하다.

차준환은 이날 공식 훈련을 마친 뒤 "현재는 프리스케이팅에 2번 쿼드러플 점프를 뛰는데 몸이 올라오는 시즌 중반 이후에는 후반부에 쿼드러플 점프를 1번 더 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시즌 후반부 약점이던 체력을 보강해 올림픽에 대비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당초 차준환의 새 프로그램에는 쿼드러플 토루프와 쿼드러플 살코가 1번씩 단독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쿼드러플 살코 단독 점프를 더블 토루프와 콤비네이션 점프로 교체했다. 첫 점프 과제인 4회전 토루프 이후 곧바로 연속 점프를 구사하는 순서다. 체력이 충분한 초반부에 4회전 점프를 집중 배치한 것이다.

이후 시즌 중반 이후 체력이 보강되면 프리스케이팅 후반부에 4회전 살코 점프를 단독으로 한번 더 뛴다는 복안이다. 차준환은 "오늘 4회전 점프는 성공률과 완성도에서 60~70% 정도 되는 것 같다"면서도 "새로운 점프에 대해선 훈련을 많이 했다"고 은근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는 크게 무리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차준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한국 남자 선수 최고점(242.45점) 경신 가능성에 대해 "최고 점수보다는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그냥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연아의 뒤를 이을 차준환의 평창 프로젝트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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