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1심 선고 결과가 나온 직후 문화예술계에서는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을, 조 전 장관에게는 국회 위증 등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문화예술인·단체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도록 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실행에 관여하거나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소장은 "특검의 구체적인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너무 낮은 형량이 선고되어 유감스럽다"고 했다. 특히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이 36차례 이어진 공판에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한 것과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조차 아무런 반성을 하고 있지 않은 김기춘, 조윤선에게 항소심에서는 반드시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라도 적절한 형량이 선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형종 서울연극협회장은 "이번 판결은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으며 예술인들에게 또한번의 트라우마를 안겼다"고 했다. 이어 "김기춘이나 조윤선이 법조인이다보니 '자기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김미도 연극평론가는 "특검이 항고해주기 바란다"며 "문체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통해 조윤선, 김소영 등의 혐의를 철저히 입증하겠다"고 했다. 김 평론가는 31일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한다.
연극인 임인자 연출도 "사법정의는 사라졌다. 이번 블랙리스트 재판에서 조윤선 집행유예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지원배제'로 축소 판결한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소영 전 비서관 역시 재판장에서 자신의 죄를 인정하였다고는 하나, 블랙리스트의 집행자로서 공무의 무거움과 책임을 생각할 때 죄를 엄히 다스려야 함에도 그에 합당한 판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헌법을 유린하고 시스템에 의한 국가범죄에 대한 판결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합당한 형량이 선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특검은 당장 항소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정도 선례면 '누구나 검열을 해도 상관없다. 그래봤자 이 정도로 끝날 것이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지금이 특검에서 조사한 정도의 근거로 이야기한 거라면, 청와대에서도 추가적으로 문건이 나왔으니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한 개인을 구속하는 문제를 넘어 국가 행정 시스템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다시 조사하고 실무 책임자까지도 엄벌할 수 있는 합당한 재판 결과가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