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ERA)은 26일까지 4.97로 5점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역대 최고였던 2014년(5.21)과 지난해(5.17)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8월 한여름을 보내고 나면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리그 전체 타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2할8푼5리로 역대 최고였던 지난해(2할9푼)와 2014년(2할8푼9리)을 넘보고 있다.
올 시즌 개막 첫 달만 해도 타고투저 현상이 완화되는 듯싶었다. 4월까지 리그 전체 ERA는 4.38, 타율은 2할7푼이었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가운데 5점대 ERA와 2할9푼대 타율을 바라보고 있다.
각 팀들은 거의 매일 마운드에 불이 난다. 특히 불펜 방화가 심해지고 있다. 올해 리그 전체 블론세이브(BS)는 106개, 시즌 종료까지 165개 이상이 예상된다. BS가 공식 집계된 2006년 이후 최다였던 지난해 158개를 훌쩍 넘는 수치.
26일에도 불펜 투수들의 수난이 이어졌다. 넥센 마무리 김세현은 LG와 잠실 원정에서 3-1로 앞선 9회말 등판했지만 3점을 내주며 블론세이브와 함께 끝내기 패배의 패전을 안았다. 지난해 구원왕(36세이브) 김세현은 올해 부진으로 마무리에서 물러났다가 최근 복귀했지만 다시 불안감을 키웠다. 이전 마무리 김상수는 이날 밀어내기 끝내기 볼넷을 내줬다.
롯데도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이날 롯데는 한화에 9-3으로 앞선 채 9회초 수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수비 실책 속에 강동호-배장호-손승락 등 불펜진이 5점을 내주며 1점 차까지 쫓겼다. 9-8로 이기긴 했으나 6점 차도 안심할 수 없는 현재 KBO 리그의 현실을 알려주는 씁쓸한 승리이기도 했다.
특히 치열한 가을야구 경쟁을 벌이는 중위권 팀들이 투수난을 겪고 있다. 현재 팀 ERA 최하위권은 사실상 가을야구가 쉽지 않은 한화(5.44), 삼성(5.59), kt(5.75)다. 하지만 팀 성적 3~7위까지 5개 팀은 모두 승률 5할 이상으로 1위 KIA, 2위 NC를 뺀 남은 3장의 포스트시즌 티켓을 경쟁하고 있다.
이들 중 팀 ERA 1위 LG(4.07)는 사정이 낫지만 나머지는 마운드가 불안하다. 팀 순위 5위인 LG는 장타력 등 공격 열세가 숙제지만 나머지는 투수력이다. 3위 두산과 7위 롯데는 나란히 팀 ERA 4.76으로 4, 5번째다. 4위 넥센과 6위 SK가 각각 4.99와 5.07로 뒤를 잇고 있다.
때문에 마운드 보강을 위해 트레이드 물밑 작업을 벌이는 팀들이 적잖다. 그러나 쉽지 않다. 자칫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어 눈치 싸움이 치열하기도 하지만 워낙 투수들이 없기 때문이다. 모 구단 관계자는 "카드를 들이밀어도 어디든 투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주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타자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투수 1명이라도 귀한 까닭이다. 그나마 이닝을 채워줄 투수조차 없으면 빅이닝이 속출하는 리그를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거포가 아니라면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어렵다. 넥센이 주포 윤석민을 kt에 내주고 정대현 등 좌완 2명을 데려온 이유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이달 말까지다. 이 기간이 지나면 가을야구를 위한 승부수를 던질 수 없다. 불펜 난조로 신음하는 구단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