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밤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안형환 전 의원은 "물론 구체화는 아니지만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것은 초고소득자, 초고 이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증세 대상)"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법인세에서는 최고 과표 구간이 200억 원 초과다. 전체 이익의 22%를 세금으로 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 구간 위에 2000억 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법인세를 3% 인상해서 25%를 부과하겠다는 건데, 이 경우 추가로 얻게 되는 세금이 2조 7000억 원이다. 소득세의 경우 최고 과표 구간이 1년 소득 5억 원 초과인데, 현재 (최고세율) 40%다. 이것을 2%를 높여서 42%로 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추가로 걷히는 세금이 (2016년 기준) 연 1조 8000억 원이다. 전체 합치면 3조 8000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추산하고 있다."
이어 정봉주 전 의원은 "이번에 보니까 이 증세를 (문재인 정부에서) 무척 소극적으로 던졌다"고 운을 뗐다.
"지난 대선 때 보면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만 빼고 나머지 후보들은 다 '중부담 중복지'를 얘기했다. 세금이라는 것이 간단하게 얘기해 공동구매다. 내가 혼자 개인 보험으로 책임지면 월 10만 원 들어갈 것을 국가가 쭉 함께 걷어서 하게 되면 월 3만 원이면 된다. 세금 올라간다는 것을 자꾸 정부가 돈 뜯어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10만 원 주고 살 것을 3만 원 주고 산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서 증세 부분을 공격적으로 얘기해야 한다."
그는 "이번에 과표 구간을 하나 신설한다는 것도 '부자증세'라는 표현 안 썼으면 좋겠다. 그냥 과표구간 신설"이라고 덧붙였다.
"원래 모임에 10명 회원이 있다면 식사하기 위한 회비 1만 원씩은 기본으로 걷는 간접세다. 누구나 똑같이 내는 것이다. 그런데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은 1만 원씩 냈는데, 돈이 부족하니까 1만 원씩 추가로 걷자? 이러면 수입 적은 사람들에게 욕먹는다. 동네 조그만 조기축구회, 배드민턴(동호회)에서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 더 내는 것이다. 그게 커뮤니티의 기본 정신이다. 그러니 이것은 그냥 과표구간 신설해서 조금 더 여유 있는 사람들이 내고, 이것을 신호탄으로 해서 증세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안 전 의원은 "저도 100% 공감하는 것이 부자증세라는 표현이 굉장히 부적절하다. 계급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이야기"라며 "세금을 올림으로써 받게 될 저항을 줄이기 위해 이 용어를 쓴 것으로 보이는데 굉장히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회를 갈등으로 모는 것,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이 (증세) 과정이 정말 석연치 않다. 갑작스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정 10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97페이지가 100대 과제 내용이고, 재원 조달은 3페이지 밖에 없다. 그러니까 비난을 받은 것이다. 178조 원이 필요한데 무슨 돈으로 하겠다고…. 그러니까 부랴부랴 다음날 증세 이야기를 던져 버린 것이다. 증세는 정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복지 부분에서 따진다면, 한국은 유럽형 발전 모델과 미국형 발전 모델이 있다. 유럽형은 고부담 고복지다. 우리는 미국형을 쓰고 있는데, 저부담 저복지다. 우리는 세금을 많이 안 낸다. 그만큼 복지가 작다. 사회적으로 우리도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어느 정도 복지를 받아야 될 것 아니냐 하니까 중부담 중복지가 나온 것이다."
그는 "그러면 중부담을 어느 정도 해야 할 것인가 사회적 합의를 몰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 사회적 합의는 증세"라며 "그런데 툭 (증세 이야기를) 던져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 곧 구체적인 안을 내겠다? 정말 갑자기 하려 하지 말고 단계별로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이번에 분위기도 좋은 것이 (대선) 후보들이 다들 증세하자고 했잖나"라고 반박했다.
◇ 진중권 "우리 함께 돈을 내서 그 혜택을 같이 보자는 것이 문제의 사회적 해결"
진중권 교수는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하냐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비 엄청나게 많이 쓴다. 그런데 교육 효율이 하나도 없다. 왜 그러냐. '내 돈을 들여서 내 아이를 잘 키워서 그 덕을 나만 보겠다'는 것이 사교육 이념이고, '우리 아이들을 같이 키워서 그 덕을 함께 보자는 것이 공교육 이념"이라며 "이 공교육 이념을 세운다고 하면 우리가 지금 들이는 사교육비 절반 갖고도 학교 수영장 짓고 다하고도 남는다"고 진단했다. 정 전 의원은 "(사교육비의) 3분의 1만 있어도 된다"고 호응했다.
진 교수는 "의료보험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각종 사보험들이 있는데, 그 시장이 200조 원이라고 한다"며 말을 이었다.
"'내 문제를 내 돈 내서 그 덕을 나만 보자'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우리가 함께 돈을 내서 그 혜택을 우리가 같이 보자'는 것은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해결이다. 이런 식의 패러다임 전환에 수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들을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필요한 것'이라고, '(복지를) 원하면 돈을 내야 한다'고 설득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여옥 작가는 "그런데 진 교수 말씀하신 사회적 공동 해결이라든가, (정 전 의원의) 공동구매는 참 아름답다. 이상적이고"라고 포문을 열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이 '나 세금 다 내겠다'지만, 국민들 중에 48%가 소득세를 한푼도 안 낸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는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세금이라는 것은 원래 (국민)개세주의(헌법에 명시된 조항으로 모든 국민은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라는 것이 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소득이 3000만 원 정도면 세금 안 낸다. 그러면 그분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안 내던 세금을 내라고 할 때 그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어떻게 보면 증세만큼 강력한 저항이 있는 제도는 없다."
정 전 의원은 "어느 정권도 여당이 세금 올리겠다고 해서 성공한 정권이 없다.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선거 때는 '증세하자'는 데 다 좋게 이야기하지만, 막상 정권을 잡으면 증세 얘기를 꺼내지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에 지방선거 있잖나. 지금 여소야대 정국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자치단체장을 과반수 이상 획득해야지만 국정 수행의 동력을 갖고 간다"며 "사실 이 정부는 내년까지 증세 얘기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결단을 호평했다.
"증세 문제를 얘기할 때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방향 전환이 있어야 된다. 국민들이 왜 증세에 동의하지 않는가를 보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증세했을 때 나에게 돌아오는 혜택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나 계산을 국가가 해주지 않는다. 두 번째, 우리 지출구조가 문제다. 국민들은 '국가 공무원은 우리 세금을 떼먹는 인간들' '우리 돈은 눈먼 돈으로 마구 뜯어먹히는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부가 강력하게 가져가야 할 의지는 '도둑질하는 돈 막자' '새는 돈 막자'는 것이다. 특수활동비 이런 것 다 영수증 갖고 쓰자. 8000억 원을 갖고 어디다 쓰는지도 모르는데 이런 돈 정리하자. 이런 것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면서 '우리 돈이 이제 낭비가 안 되네'라고, 걷었을 때 어떤 혜택이 오는지 설명할 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안 전 의원은 "정부가 세출절감 노력을 기본적으로 해서 공신력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여론조사를 해보면 권력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 불신이 굉장히 크다"며 "일단 권력이 불신을 없애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이 국민개세주의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확히 (2015년 기준으로) 46.5%가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내지 않는다. 이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작가는 "문재인 정부도 고민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박근혜 전 정권도 사실 문재인 정부와 똑같은 고민을 갖고 있었다"며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이런 얘기를 했다. '왜 복지를 세금을 걷어서 하느냐. 국가 재정으로 하면 되지'라고. 그런데 문재인 정부도 똑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 서민층, 중산층에는 전혀 세금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얘기했잖나. 박근혜 정권과 똑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진 교수는 "문재인 정부도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못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왜 그 이야기를 못하느냐를 보면 선거 때문인 것 같다. 저는 이 정부가 '절대로 중산층이나 서민층에게 세금 안 물리겠다'는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이것은 결국 거짓말이 된다. 선거에 이겨도 실패한 정권이 있을 수 있고, 지더라도 성공한 정권이 있을 수 있다. 일단 선거로 정권을 잡았지 않나. 그렇다면 다음 선거에 이길 생각하지 말고, 이 정권 끝났을 때 어떤 정권으로, 실패한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냐, 아니면 성공한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냐를 기준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