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카드 수수료 '팩토링' 방식으로 전반적 인하 추진

금융위, 신용카드 매출채권 팩토링에 "은행 참여 독려하겠다" 국정위에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공약대로 우대 수수료를 적용 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의 범위가 확대된 데 이어 가맹점 전반의 수수료를 추가 인하할 수 있는 방안이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해산되기 전에 '신용카드 매출 채권 매입 기관 확대 방안'을 검토한 결과를 보고했다.

금융위는 이 보고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지난해 3월 개정되고 9월말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따라 신용카드 매출 채권의 매입 기관이 기존 카드 사에서 인터넷 은행을 포함한 은행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가맹점 카드 수수료를 낮출 수 있도록 은행권이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매입하거나 넘겨 받는 '팩토링'에 대해 설명회 등으로 "참여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겠다"고 보고했다.

팩토링(factoring)은 거래 기업이 외상 매출 채권을 팩토링 회사(은행)에 양도하고 팩토링 회사(은행)는 거래기업을 대신하여 채무자로부터 매출 채권을 추심하는 단기 금융의 한 방법이다.(factor = 위탁매매인)

금융위는 그동안 소상공인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참여하는 팩토링 방식에 대해 소극적 태도을 고수해왔으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 방식에 관심을 보이면서 ‘독려’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금융위가 소극적인 이유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현재 낮은 수준이어서 은행이 신용카드 채권 매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설명은 이렇다.

현행 결제구조에서 가맹점 수수료율 2%를 가정하고, 카드 회원이 가맹점에서 100원 어치의 물품을 산다면, 카드 회사는 2원을 뗀 98원을 가맹점에게 주고 나중에 회원으로부터 100원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팩토링 방식으로 은행이 끼어 들어 100원의 신용카드 매출 채권을 넘겨받는 경우 은행은 가맹점에 '98원 + α원'을 주고 카드 회사로부터 나중에 100원을 받게 된다.

가맹점 입장에서 보면 2원의 수수료가 α원 만큼 내려가게 된다.

은행 입장에선 이 거래를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이 ‘2원 - α’ 보다 적어야 수익이 난다.

하지만 가맹점과 은행, 카드사 간 결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하고 직원도 새로 배치해야 하는 등 비용이 들기 때문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인식이다.

따라서 금융위는 은행권에 이 카드매출채권 팩토링 참여를 독려는 하겠지만 강요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금융위 설명에 대해 소상공인단체 측은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은행이 추가 인프라 구축 없이 현행의 카드 회사가 보유한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면 큰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보유 자금을 굴려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은행이 팩토링을 통해 결제 구조에 참여하면서 ‘α 원’을 0.5원으로 정해 98.5원을 가맹점에 주고, 카드회사의 인프라를 그대로 쓰며, 가맹점이 카드회사에 인프라 이용과 회원 모집 등의 댓가로 1원을 낸다고 가정해 보자.

가맹점 입장에선 2원의 수수료가 1.5원으로 내려가고 카드회사는 1원의 수수료를 챙기며, 은행은 카드회사로부터 99원을 받아 0.5원을 남길 수 있다.

카드회사는 회원들로부터 결제 대금을 납부 받기 전에 미리 가맹점에 줘야 하는 돈을 은행이 주기 때문에, 이 돈을 조달하는데 드는 이자 등의 비용을 물지 않아도 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를 구성하는 요인 중에서 이런 비용(자금조달 비용 + 대손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기 때문에, 카드 회사는 2원의 수수료를 1원으로 내릴 수 있다고 소상공인 단체 측은 본다.

카드 회사 입장에선 체크 카드와 마찬가지로 자금 조달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가 1원으로 내려도 손해는 없고, 이렇게 되면 가맹점, 카드 회사, 은행 3자가 모두 불만이 없다는 게 소상공인 단체 측의 주장이다.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은 약 260만 개 정도로 이 가운데 85% 정도가 연 매출 5억 원이하인 영세·중소 가맹점이고 15%인 39만 개 가량이 연 매출 5억 이상의 일반 가맹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가맹점 카드 매출액 약 481조 원(2015년 국내 사용액 기준) 가운데 80% 가량은 일반 가맹점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수수료 인하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소상공인 단체 측의 불만이다.

주유소나 중대형 수퍼마켓, 일반 음식점 등이 이런 일반 가맹점에 속하고 이들에겐 연 매출의 평균 2% 수준인 카드 수수료가 0.5% 정도만 낮아져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상공인 단체 측은 주장한다.

더욱이 대통령 공약 이행으로 우대 수수료율 1.3%를 적용 받게 된 연 매출액 5억 원 이하의 중소 가맹점도 팩토링을 통하면 0.3% 정도는 추가로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 연합회 최승재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 상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낮아질 수 있는 팩토링 방식의 카드 매출 채권 매입 제도가 빨리 활성화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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