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 대통령 앞에서 한시 읊은 이유는?

사람마다 생각이 각기 다르다는 내용의 대만 학자의 시(詩)

(사진=청와대 제공)
문무일 검찰총장이 25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을 때 읊은 한시가 예사롭지 않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과 함께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다"는 인삿말을 들었다.

문 총장은 "공무원 생활을 30여년 했는데 임명직이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지 잘 느끼고 있다.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정말 잘 하겠다"고 화답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총장은 곧바로 대만의 저명 학자인 난화이진(南懷瑾 1918∼2012)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論語別裁)'에 실어 놓은 한시를 읊었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뽕잎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한시는 중국 농민들 사이에서 불리던 옛 농요를 가다듬은 것인데, 하나의 하늘을 두고도 요구하는 것이 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입장에 따라 바라는 것과 생각하는 게 다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총장은 "예전에 선배가 가르쳐준 시"라며 "이번 청문회를 거치면서 생각이 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해당 한시는 지난 2014년 김진태 전 검찰총장이 대검찰청 간부회의에서 소개한 것으로 검찰 내에서는 이미 유명한 시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 개혁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각기 다른 주문들을 받으면서 검찰총장직 수행이 얼마나 어려운 지 우회적으로 토로한 것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는 한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임명장을 주면서 "정치에 줄대기를 통해 혜택을 누려온 일부 정치검사가 있다면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지혜를 모아달라", '고비처 신설 문제는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고위공직자가 대상"이라는 등 검찰 개혁 방향을 강하게 주문한 자리에서 나온 것이어서 묘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문 총장이 한시를 통해 문 대통령과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넌지시 의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자, 청와대는 "문 총장이 먼저 한시를 읊고 이후에 문 대통령이 검찰 중립 방안 등을 당부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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