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의 골잡이' 출신의 김용세(58)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은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외국인 공격수 조나탄(27)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용세 경기위원은 1985년 태국 출신의 골잡이 피아퐁(당시 럭키금성)과 막판까지 득점왕을 경쟁을 벌였던 장신 공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유공 소속이었던 김 위원은 192㎝의 큰 키에도 발재간도 좋았는데, 피아퐁과 12골로 동률이었지만 출전 시간이 많아 득점왕 타이틀을 내줬다. 마지막 경기 직전, 출전 시간까지 같았을 만큼 역대 가장 치열했던 득점왕 경쟁으로 꼽힌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때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김 위원은 1991년 은퇴까지 K리그에서 165경에서 53골, 18도움을 기록했다.
은퇴 후 20년 가까이 아마추어와 프로 리그에서 경기위원으로 활동해왔던 김 위원이 보는 골잡이 조나탄은 어떨까?
김 위원은 공교롭게도 조나탄이 해트트릭을 작성했던 지난 19일 수원-전남전(수원)과 4경기 연속 멀티 골 신기록을 작성한 23일 수원-상주전(수원)을 경기감독관 자격으로 지켜봤다.
지난 23일 상주전은 조나탄이 '원샷 원킬'의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 판이었다.
조나탄은 전반 25분 공격 상황에서 왼쪽 측면으로부터 길게 올라온 크로스를 상대 수비수 이경렬이 가슴 트래핑을 한 뒤 차내려고 하자 뒤쪽에서 달려들며 공을 가로챈 뒤 강한 왼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조나탄의 움직임은 독수리가 새를 낚아채는 모습을 연상시킬 정도로 동물적이었다.
김 위원은 "선제골은 수비수 실수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조나탄이 공을 흐름을 예측하고 골을 향한 강한 집념으로 만들어낸 득점이었다. 공격수의 순간적인 스피드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골이었다"라며 조나탄의 '킬러 본능'을 높게 평가했다.
상주전 두 번째 골도 단 한 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해 경기 흐름을 바꾸는 골잡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조나탄은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볼을 이어받아 엄청난 스피드를 앞세워 오른쪽 중원 측면에서 수비수를 따돌린 뒤 골 지역 오른쪽까지 침투해 오른발 슈팅으로 쐐기 골을 꽂았다.
김 위원은 "두 번째 골도 쉬운 장면이 아니었다. 수비수를 달고 먼 거리를 드리블해 문전까지 가서 직접 해결하는 모습은 '골잡이는 이런 것'이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득점이었다"고 말했다.
조나탄은 요즘 'K리그의 대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물오른 골 감각을 뽐내고 있다.
지난 12일 인천전 2골을 시작으로 15일 포항전 2골, 19일 전남전 3골, 23일 상주전 2골 등 4경기 연속 멀티 골 행진 중이다.
4경기 연속 멀티 골은 두 차례 득점왕에 올랐던 김도훈 울산 감독과 3차례 득점왕에 빛나는 데얀(FC서울)의 3경기 연속 멀티 골 기록을 넘어선 K리그 신기록이다.
최근 4경기에서 9골(경기당 평균 2.25골), 10경기에서 14골(경기당 1.4골) 기록도 프로 출범 후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
자신이 출전한 20경기에서 18골(경기당 0.9골)을 터뜨린 조나탄은 14골의 데얀과 양동현(포항)을 4골 차로 따돌리고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도 역대 득점왕들을 압도한다.
프로 출범 후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했던 데얀은 2011년 29경기에서 23골, 유병수(당시 인천)는 2010년 28경기에서 22골을 기록해 나란히 경기당 평균 0.79골로 현재 조나탄(경기당 평균 0.9골)보다 경기당 득점에서는 낮다.
김 위원은 아울러 조나탄이 아직 성장 중이라는 점과 인성이 좋아졌다는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조나탄이 수원 이적 초반에는 슬럼프를 겪었지만, 지금은 그냥 때려도 골이 될 만큼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또 헤딩도 잘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면서 "동료의 패스를 받아 주워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염기훈 등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도 좋아졌다. 앞으로 보여줄 게 더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조나탄이라는 한 선수가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만큼 압도적인 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스타 부재'의 K리그에는 희소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