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스는 일렉트로 개러지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선보이며 대중과 평단의 마음을 단숨에 훔쳤고, K-팝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크지 않던 시기에도 태국, 싱가폴, 중국, 일본등에서 활발한 공연을 펼치며 주목받았다.
군 복무로 인한 휴식기가 있었음에도 2015년 발표한 정규 2집 '더 뉴 노멀(the new normal)'로 건재함을 과시했으며, 해당 음반으로 2016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부문을 수상하는 기쁨도 누렸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칵스에게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침체되어 가는 록 시장에서 느낀 일종의 회의감이었다.
"정규 2집 이후로 멤버들 모두 힘이 많이 빠졌어요. 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죠. 사실 그 전까지는 내리막길이 없이 항상 상승궤도에 있었거든요. 데뷔하자마자 '핫'했고, 트렌디한 음악으로 주목받으며 해외로 공연을 다니곤 했었는데….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기도 해요. "(션)
"'빡세게' 활동해도 손에 쥐고 있는 게 작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의 환경이 워낙 좋지 못하다 보니 불안했고, '이대로 계속 나아가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요. " (선빈)
"최근이 되어서야 어깨에 박아 넣은 철심을 제거했어요. 한동안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해 멤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죠." (수륜)
"말 그대로 절망적인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멤버들과 만나기가 싫어졌을 정도니까요. 대화 내용이 부정적이다 보니 만나는 것 자체가 치치고 힘든 일이었거든요." (현송)
1년 8개월 만의 신보인 새 EP '레드(RED)'는 칵스가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완성시킨 앨범이다.
앨범에는 댄서블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부르튼'을 비롯해 반복되는 베이스 그루브와 자극적인 기타연주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lol(해시태그 엘오엘)', 사운드의 중첩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 '0(제로)', 멤버들의 현재 심정을 노래한 '그레이(grey)' 등 4곡이 수록됐다.
침체기에 빠져있던 멤버들은 자체적으로 '송캠프(Song Camp)'를 진행해 결속력을 다지고 무뎌진 창작의 날을 다시 세웠다.
"네 명 모두 서울에 사는데 굳이 서울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잡아 작업실로 활용했어요. 새로운 자극제가 필요했고 매일 '송캠프' 하듯이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죠." (션)
"분명한 성과가 있었어요. 그곳에서 다시 창작의 날을 세우게 되었으니까요. 이번 EP에는 4곡이 담겼지만 '송캠프'를 통해 탄생한 곡들이 굉장히 많아요. 올해 앨범뿐만 아니라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많은 곡을 선보여야겠다는 계획도 잡게 되었고요." (이현송)
"'로컬'의 중요성을 깨달았어요. 해외에서 반응이 아무리 좋아도 국내에서 콘서트를 열고 많은 관객을 모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로컬'이 없으면 '집' 없는 거잖아요. '집 없는 애들'이 되고 싶지 않았기에 한글 가사의 비중을 높이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죠." (션)
"그렇다고 칵스만의 '똘끼'를 완전히 버린 건 아니에요. 억지로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 생각은 없거든요. 다만, 더 많은 분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히 생겼어요. 지금의 칵스는 애정결핍 상태인 것 같아요. (웃음)." (수륜)
한동안 제자리걸음을 하던 칵스는 이제 다시 뛸 준비가 됐다. 이들은 올해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전주 얼티밋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뮤직 페스티벌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활발한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9월에는 동료 밴드인 라이프 앤 타임, 솔루션스와 합동 공연을 펼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낀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껴요. 아직 슬럼프를 완벽히 극복한 상태는 아니지만, 이 또한 자연스러운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죠. 지금의 고민을 한글 가사로 표현해봐도 좋을 것 같고요." (션)
"칵스는 끊임없이 변화해왔고, 지금도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팀 고유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듣는 분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을 들려드리는 밴드로 성장해나가고 싶어요." (이현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