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재단 사업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시한부 선고를 받은 데 이어 본격적인 해산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럴 경우 위안부 합의 역시 재협상 수순에 들어갈 공산이 커진다.
하지만 앞서 여성가족부의 재검토 방침에 따라 여가부 직원들이 빠져 있는데다, 김 전 이사장의 사임까지 더해지면서 그간 유지돼 오던 사업들은 이미 추진 동력을 잃었다. 사실상 '해산 수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 외교부 내에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검증하기로 한 만큼 그 검증 내용과 향후 정부 대응 기조에 따라 해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화해·치유재단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사장의 사임이 재단이 현재 하고 있는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면서 "재단은 한일 간 합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들을 위탁받아 성실히 수행하며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후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이사회 등 일정은 아직 잡힌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는 한일 관계를 고려하며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고 일본 정부도 '합의는 이행돼야 한다'며 맞선 바 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4일 브리핑에서 김 전 이사장의 사퇴에 대해 "화해·치유재단의 활동 그 자체가 종료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위안부 합의 재협상 또는 무효화 움직임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작년 8월 약 10억엔을 지출하는 등 합의의 착실한 이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도 김 이사장의 사퇴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한일합의 핵심이 무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한 외교소식통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신의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을 수용하는 듯한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위안부 합의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화해·치유재단의 존폐와 한일 위안부 합의의 향방은 외교부 한일 위안부 합의 관련 TF 등에서 어떤 검증결과를 내놓는가에 따라 확실하게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TF의 경우 늦어도 8월 초까지는 구성을 완료하고 검증을 시작할 것이라고 외교소식통은 전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화해·치유재단은 사실상 활동 정지상태"라면서 "다만 이 재단 역시 양국의 합의에 의한 것이라 당장 해산 등 조치를 취하기는 무리다. 따라서 검증 결과를 받아든 뒤 정부가 이를 토대로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