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인이 된 김 할머니 앞에 교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 여고생이 영정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섰다. 이내 양손은 입을 가린 채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경기 광주 경화여고 정선(17) 양은 "할머니가 계셨던 나눔의 집은 저희 학교와 같은 광주에 있었지만, 평소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찾지 못했다"며 "죄송한 마음에 할머니를 어떻게 봬야 할지…속상할 뿐이다. 할머니 사진을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며 흐느꼈다.
정 양은 "할머니가 가시는 마지막 길에 예의를 갖추려 방학인데도 교복을 입었다"며 "부디 하늘나라에서 평안히 쉬셨으면 좋겠다. 일본의 정식 사과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책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 할머니가 지난 23일 광주 나눔의 집에서 향년 89세로 별세한 후 빈소를 찾는 시민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조문객들을 맞는 김 할머니의 유족들의 얼굴에는 침통한 빛이 역력했다.
회사원 박모(29·여)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원하기 위해 제품을 만드는 '마리몬드'를 통해 구매한 휴대전화 걸이를 들어보였다.
박씨는 "평소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 김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 빈소를 찾았다"며 "할머니들을 잊지 않기 위해 휴대전화 걸이를 구입했다.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우리 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다 해야 할머니들의 한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소에서 만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일본의 공식 사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소녀상' 건립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소장은 "위안부 문제는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결코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며 "정부 차원의 소녀상 건립이 확대돼야 일본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일본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 소녀상 건립이 실현된다면 해외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김군자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틀 동안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찾아와주신 걸 보면서 위안부 문제를 공유하려는 성숙된 국민의식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할머니 별세 이틀 째인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빈소를 찾아 조문한 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등을 만나 애도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