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픈서 '메이저 악몽' 떨친 스피스, 다시 걷는 '황제의 길'

최종라운드 역전 허용하고도 극복…커리어 그랜드슬램 눈앞

조던 스피스(미국)는 만 22세를 바라보던 지난 2015시즌 1·2번째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연이어 석권해 남자 골프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2002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에 한 해에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한 선수가 등장하면서 우즈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는, 새로운 황제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해 8월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밀어내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스피스의 존재감은 세간의 기대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오히려 지난해 마스터스 마지막 날 역전패의 기억만이 각인됐다.

당시 스피스는 4라운드에서 한때 5타차 선두를 달리며 2년 연속 우승을 눈앞에 뒀으나 12번 홀(파3)에서 쿼드러플보기를 적어내면서 무너졌다.

지난해 1월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와 5월 딘앤델루카 인비테이셔널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그 마스터스 이후 다른 메이저 대회에선 명성에 걸맞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올해도 AT&T 페블비치 프로암과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승수는 추가했으나 메이저 대회에선 톱10에도 들지 못했다.

그러던 그가 24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브리티시오픈(디오픈)에서 2년여 만에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더해 마침내 부족한 '2%'를 채웠다.

이 대회 마지막 날에도 스피스는 '메이저 역전패 악몽'이 되살아 날 위기를 맞았다.

3라운드를 3타 차 단독 선두로 마친 스피스는 4라운드 첫 홀부터 파 퍼트를 놓쳐 타수를 잃고 시작하는 등 초반 4개 홀에서 보기 3개를 적어내며 급격히 흔들렸다.

전반에 결국 3타를 잃은 스피스는 경쟁자 맷 쿠처(미국)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고, 13번 홀(파4)에선 또 보기가 나오면서 급기야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비극은 되풀이되지 않았다. 14번 홀(파3)에서 버디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한 스피스는 이후 15번 홀부터 이글-버디-버디를 몰아치며 함께 경기하던 쿠처를 압도했다.

오는 27일 24살이 되는 그는 이번 우승으로 잭 니클라우스 이후 가장 어린 나이에 메이저 3승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니클라우스는 23세 6개월에 메이저 3승을 기록했고, 우즈는 24세 6개월인 2000년 3승을 올렸다.

다음 달 PGA 챔피언십은 스피스가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함께 우즈가 걸어온 '황제의 길'을 노려봄 직한 무대다.

그랜드슬램은 1930년 보비 존스(미국)를 시작으로 진 사라젠(1935년), 벤 호건(이상 미국·1953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이상 미국·2000년) 등 6명에게만 허용된 대기록이다.

아널드 파머(미국)도, '차세대 황제'로 불렸던 매킬로이도 이루지 못했던 기록이다. 남자 골프 그랜드슬램 기록은 우즈 이후로 끊겼다.

그가 PGA 챔피언십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면 '메이저 3승'에 이어 또 한 번 나이 관련 기록에서만큼은 우즈를 넘어설 수 있다.

우즈가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건 2000년 7월 디오픈으로, 당시 우즈의 나이는 24세 7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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