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들려온 비보를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듯, 분위기는 침통하고 숙연했다. 故 박환성 PD, 김광일 PD의 사진을 들고 있던 독립PD협회원을 비롯해 정의당 추혜선 의원, 故 박환성 씨와 오랫동안 일을 같이 해 왔던 검비르 씨 등 지인 다수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송규학 한국독립PD협회장은 "해외에서 순직한 두 PD를 모셔올 수 있게 모금에 참여하고 저희에게 용기와 희망을 함께 나눠주신 모든 PD분들, 시청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잘 모셔서 데리고 오겠다"고 말했다.
오기현 한국PD연합회장은 "멀리 남아공으로 가시는 분들 발걸음이 무거우시리라 생각한다. 유가족들 아픔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겠나. 힘드시더라도 잘 모셔오시기 바란다"며 "그 사이 저희 PD연합회와 독립PD협회 등은 장례식에 만전을 기울이도록 하겠다.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전했다.
故 박환성 PD의 남동생 박경준 씨는 "떠나는 발걸음이 상당히 무겁다, 서로 다른 감정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빨리 잘 모셔와야 한다는 것과 아직은 이 죽음을 인정하기 싫은 부분이 있어 심적으로 많이 괴롭다"면서도 "형은 자신뿐 아니라 독립PD들의 어려운 상황을 대변하기 위해 애썼다. 유가족 입장으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형의) 그 뜻을 이뤄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故 박 PD가) 남아공 촬영 떠나기 전에 의원실에 와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 불합리한 제작 관행을 좀 해소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특히 자연 다큐 찍는 PD들은 위험한 오지에 나가는데 제작비가 적어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이 안 된다고. 돌아오면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했는데…"라고 운을 뗐다.
추 의원은 "살아남은 우리가 뭘 해야 되는지 깊이 새기면서 남은 독립PD들이 안전하게 대접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권용찬 위원장은 "저희가 더 슬픈 이유는 살고자 갔던 곳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독립PD협회, 유가족, EBS 관계자가 동행하는 이번 남아공 귀환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故 박환성-김광일 PD의 시신을 무사히 모셔오고, 현지에서 사고 경위를 정확히 파악한 후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이다. 23일 떠난 출국단은 오는 27일 저녁 귀국해 이후 서울 양천구 목동 홍익병원에서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EBS에서 방송될 프로그램을 만들다 벌어진 일이기에, EBS 쪽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송대갑 EBS 대외협력국장은 "지난 20일 독립PD협회, 유가족, EBS가 만나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며 "EBS 프로그램을 준비하다 고인이 되셨기에 직원에 준하는 수준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려고 한다. 또, 남아공 대사관과 협의해 현지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변호사가 입회한 상태에서 사건을 수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