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양이나 강아지가 전기 레인지를 건드려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전국 곳곳에서 잇따라 주의가 요구된다.
23일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11시 5분께 대전 동구 한 빌라 1층에서 불이 났다.
불은 주방 찬장을 태우고 내부 20㎡에 그을음 피해를 내고서 진화됐다.
재산 피해는 85만원 가량으로 추산됐다.
심야 시간대라 자칫 더 큰 피해가 날 뻔했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 등은 없었다.
소방서 화재조사반은 사후 현장 조사를 통해 전기 레인지 쪽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전기 레인지 위에는 비닐 봉투가 있었다.
조사반은 이 집에 사는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 전원 스위치를 누르며 화재가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 레인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집 주인이 열판 위에 물건을 올려뒀는데, 고양이 발놀림에 전기 레인지가 작동하면서 난 열이 비닐에 불을 붙였다는 게 조사반의 설명이다.
이것 말고는 화재 원인이라고 볼 만한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서 관계자는 "내부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전기 레인지 위에 놓인 비닐류가 심하게 소실됐다"며 "자세한 경위는 추가로 살필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전 10시 28분께 경기도 동두천시 송내동 한 원룸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집에서 불이 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은 집 안 인덕션 쪽에서 타고 있는 불을 껐다. 인덕션 위에는 가위가 놓여 있었다.
그을음이 약간 생긴 것을 제외하고 큰 피해는 없었다.
소방당국은 이 집에 사는 고양이가 터치 방식의 인덕션 스위치를 건드린 게 화재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인덕션 위에 놓여 있던 가위에 열이 가해져 불로 이어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했다.
강아지가 집에 불을 낸 '범견'(犯犬)으로 지목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세밑 경기도 의정부시에서는 혼자 사는 집주인이 인덕션 위에 택배 박스를 올려놓고 외출했다가 불탄 집을 마주했다.
현장 조사결과 인덕션 가열 밸브가 약간 돌아가 있었다.
주인은 소방당국에 "내가 돌린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집에 있는 반려견만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5월 대전시 유성구에서도 오피스텔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전기 레인지 위에 놓인 과자 상자에 불이 붙었다.
전기 레인지 결함은 밝혀지지 않았다.
집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소방서 관계자는 "집 주인은 고양이가 전에 터치 스위치를 건드려 전기 레인지를 켠 적이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며 "고양이 실화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서울 광진구 일반주택과 같은 해 11월 광진구 한 빌라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도 마찬가지다.
주인이 외출한 사이 고양이가 전기 레인지 위를 배회하다 전원 스위치를 발로 누르는 바람에 주변 가연성 물에 불이 붙었다.
언뜻 보면 반려동물에 모든 책임의 화살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는 어김없이 전기 레인지 위에 불에 탈 만한 뭔가가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지적한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화기 주변에 불에 탈 수 있는 물건을 부주의하게 둬선 절대 안 된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이라면 외출할 때 항상 전원 코드를 빼놓는 세심함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