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통장에 있던 돈은 100만원 정도 뿐이었지만 김 씨에게는 전재산과 다름 없는 돈이었다. 가압류를 당한 계좌는 김 씨가 지자체로부터 생계비를 지원 받는 통장이다.
김 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압류된 계좌에서 60만원을 무사히 인출할 수 있었지만 압류의 범위만 달라졌을 뿐 이후에 들어오는 돈은 여전히 묶인 상태였다.
10년 전 공사일을 하다 허리를 다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이모 씨(68) 마찬가지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명의도용으로 진 빚 200여만원 때문에 2015년 3월 갑작스런 압류를 당한 이 씨는 "압류 사실을 알고 나서 심란한 마음부터 들었다"며 "전 재산이 수 억 있는 것도 아니고, 몇 십만원도 소중한데 압류를 당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의 경우 기초생활보장수급비는 부랴부랴 구청의 도움으로 만든 압류방지 전용통장을 사용하고 있어 압류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 명절 때나 겨울에 들어오는 부가급여 20만원 정도의 돈은 가차없이 압류 대상에 포함됐다.
◇ 법엔 필수생계비 압류대상 제외, 일선에선 "일단 압류부터"
하지만 김 씨와 이 씨의 사례처럼 일선에서는 먼저 통장 자체에 대한 가압류가 들어간 뒤 나중에 압류 범위를 변경하게 하고 있어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상담을 하다보면 대부업 대출이나, 명의 도용으로 최저 생계비마저 묶인 분들을 자주 본다"면서 "최저생계비는 압류 못하게 한 법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수급비마저도 압류부터 들어가는 제도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을 벌어도 압류될 거라고 생각하니 자활이나 자립의 의지마저 꺾인 분들도 본다"며 제도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 법원 "현실적 한계" VS 전문가 "채권자 우선한 제도문제"
법원도 문제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계좌에 들어있는 돈의 성격을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압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채권자와 채무자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 생계비마저 압류 당하는 문제에 대해 "법원에서도 최대한 범위변경절차나 압류해제 절차를 빨리 진행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현행 제도는 채권자가 압류를 통해 채무자를 압박하고, 돈을 받아내기 쉽게 해놓은 구조"라며 채권자 중심의 제도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생활에 필수적인 자금들이 묶여, 일부 채무자들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한다"면서 "채권자의 권리를 앞세워 압박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강히 일해서 돈을 갚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