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하나하나가 삼성 승계 지원, 문화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영화 '다이빙벨' 상영 방해, 청년 보수층 육성 등 파장이 만만찮은 것들이어서, 일각에서는 '전 정권 인사 충성설', '내부 고발자설' 등의 각종 '설'(說)도 등장한다.
지난 14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에서 발견된 1361건의 문건이 전 정권 인턴직원 책상 밑 캐비닛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인턴이 나라를 구했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특히 새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장관급)으로 임명된 홍남기 실장이 2015년 2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기획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이번에 공개된 회의록 일부를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홍남기 반전설' 마저 나오는 모양새다.
일단 적폐청산 기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청와대는 전 정권 문건들이 다량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해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라는 측면에서 예의주시하면서 일부 내용을 언론에 속속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문건의 양이 수천건에 달하는 등 예상보다 많고, 한 곳이 아닌 4곳에서 잇따라 발견됐다는 점에서 심지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사실 문건을 발견하는 저희도 굉장히 난처하다. 도대체 왜 이런 문건들이 여기 있는지 난감하고 어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며 "일부에서는 우리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얘기하는 데 청와대 직원들도 (문건 발견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 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단 청와대는 '전 정권 인사 충성'이나 '의도적 내부 고발' 가능성은 일축하고 있다.
대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청와대에 근무한 전 정권 직원들이 있었다는 점 ▲문서 파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적 행위 ▲전 정권 청와대 근무자들의 보안 의식이 상당히 떨어진 점 등에 방점을 찍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에서는 정권 인수인계 작업이 곧바로 시작됐고, 지난 정부에서 파견된 일부 공무원들은 최근까지도 인수인계를 위해 청와대로 출근했다.
이들 중 일부가 청와대에 남은 자료를 굳이 의도적으로 파쇄해 혹시나 모를 책임 추궁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전 정권 청와대에서 생산된 모든 문건을 일방적으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이관했다는 점도 이런 추측에 무게를 싣는다.
대통령 지정기록물에 포함되지 않고 남아있는 문건들을 추가로 감추거나 파쇄했다가 자칫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공무원 특유의 '안전 심리'가 작용했다는 얘기다.
또 문서 파쇄에 대한 보안의식이 결여되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파쇄해야 할 회의자료를 방치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탄핵을 거치고 또 대통령기록물 지정 이후 정무수석실 인턴 직원을 포함해 적잖은 직원들의 보안의식이 약화된 것 같다"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잠겨진 캐비닛 뿐 아니라 책상 서랍 뒤편에 떨어져 있던 문건들도 상당수 발견되면서, 누군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남겨둔 것이라기 보다는 '무사안일'과 '실수' 등이 뒤섞이면서 이번 사태가 초래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