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폭염경보 "중동에서 왔는데 끔찍히 덥네요"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사진=CBS 사회부 정석호 기자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지는 등 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진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분수대와 청계천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상 앞에 설치된 소규모 분수에는 온몸으로 물을 맞는 아이들과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민 20여 명이 모여들었다.

아이들은 옷이 모두 젖은 채 물이 뿜어져 나오는 구멍 위에 서 있거나 친구들끼리 술래잡기를 즐겼다.

파주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광장을 방문한 최영은(35) 씨는 "정말 푹푹 찐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더워서 움직이지 않아도 땀이 줄줄 난다"며 "그렇다고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면 애들이 냉방병에 걸릴까 우려돼 물장난으로 더위 식히라고 데려왔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분수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김홍빈(10) 군은 "날씨가 너무 더워 사우나에 있는 것 같다"며 "꾹 참고 분수를 맞으러 오니 시원하고 너무 좋다"고 기분을 전했다.

이날 서울의 날씨는 중동 국적 외국인도 혀를 내두르게 했다.

광화문 광장 벤치에 주저앉아 땀을 식히던 오만 국적의 타릭(20) 씨는 "조금 전 서울에 도착해 한국의 여름을 처음 경험했는데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며 "기온이 45도까지 올라가는 오만에 살면서 더위에는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은 습기가 너무 끔찍하다"고 전했다.

한복을 대여해 주고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야외사진관은 평소와 달리 손님이 없었다.

사진관 옆 그늘에 앉아 햇빛을 피하던 사진가 김창훈(47) 씨는 "바람도 안 불고 날씨가 너무 더워 평소보다 손님이 부쩍 적다"며 "한복을 위에 덧입으면 땀이 나니까 손님들이 찾지 않는 것 같다"고 한숨 쉬며 말했다.

종로구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청계천 다리 아래에는 그늘에 앉아 발을 담군채 더위를 피하는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데이트를 즐기러 나온 임명수(21) 씨는 "데이트를 즐기러 야외에 나왔는데 너무 후텁지근해 돌아다니지는 못할 것 같다"며 "냉수마찰을 하다가 해가 좀 기울면 서점에 들어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하천에 발을 담군채 셀카 삼매경에 빠진 정가흔(14) 양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고 더워서 물놀이를 즐기러 왔다"며 "동생과 함께 물놀이를 즐길 생각에 신이 난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이 안개분무 시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날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 올해 처음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에 발효된다.

또 경기 안산, 강원 태백, 전북 고창 등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지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기상청은 "당분간 33도를 웃도는 더위가 계속될 예정"이라며 "일부 지역에는 열대야도 나타나겠으니 온열질환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물빛광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이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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