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뒤집힌 판결로 앞서 받았던 임금까지 고스란히 부채로 잡혔지만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며 목청을 높이고 있다.
◇ 언제 붙을지 모르는 '압류딱지'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정이었다. 1, 2심과 가처분 소송에서 이겨 4년 치 밀린 임금까지 받았던 이들은 당시 회사로 돌아갈 날만 고대하고 있었다.
심지어 패소 이후 법원이 앞서 받았던 임금을 토해내라고 판단하면서 결국 1인당 빚만 1억 원(이자 포함)이 넘게 쌓이게 됐다.
매월 100만 원의 이자와 언제 붙을지 모르는 압류딱지를 걱정하게 됐지만 현재 노조에 남은 33명은 이 돈을 쉽게 갚을 수 없다고 한다.
해고승무원 배귀염(34) 씨는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까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걸 갚으면 우리가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셈이 될까 싶어 그럴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이 떼쓰다가 지쳐서 나가떨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정당한 요구를 하다 박근혜정권 하 사법부에 배신을 당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지상의 스튜어디스' 입사 6개월 만에
그런데 6개월 뒤 회사 측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참여한 뒤 난데없이 정리해고를 당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싸움은 길어졌고 조합원 280명 가운데 대부분은 파견근로 형식으로 업무에 복귀하거나 다른 일을 찾아 떠났다. 임금을 토해내라는 법원 결정 보름 뒤에는 3살 아이를 키우던 선배가 끝내 삶을 포기하기도 했다.
배 씨는 "우리의 지난 11년이, 일하면서 돈 벌고 사시는 다른 분들보다 더 힘들었다고 할 순 없다"면서도 "그러나 싸움이 길어지는 것은 솔직히 우리에게 너무 힘든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떠나간 동료들도 이제는 이해가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애초 '꼼수고용'이라 불리는 파견근로가 참여정부에서 시작됐던 점을 기억하는 해고노동자 입장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
해고승무원들은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며 7월을 '집중행동 기간'으로 정했다. 지난 10일부터 열흘간은 서울역 맞이방(대합실)에서 토크콘서트 등을 열어 시민들 앞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11년…. 긴 싸움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건 함께 싸우다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그리고 뒤따르는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설명했다.
"먼저 떠난 동료의 어린아이가 나중에 컸을 때 '엄마가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는 얘기를 듣게 하고 싶지 않아요. 옳은 일을 했고 정당하게 싸웠는데…명예회복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을 거예요"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사명감보다는 내 일이기 때문에 싸운 거지만 비정규직 파견근로자의 상징이 된 만큼 '나쁜 선례'가 돼서 다른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더욱 포기할 수 없는 이유예요. 시민들이 '아직 싸우고 있구나' 하고 알아만 주셔도 힘이 납니다" (배귀염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