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박찬호 부장검사)는 20일 KAI 경영지원본부장 이모(57)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경영 비리 전반에 관해 조사했다.
이 본부장은 하 전 사장의 측근으로 지난 2013년부터 KAI 인사담당상무직과 경영지원실장직 등을 맡았다. 검찰은 이 본부장이 경영 비리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측이 "KAI 실무진에 대해 수시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임원과 실무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할 전망이다.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 의혹의 정점에 서 있는 하 전 사장도 조만간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하 전 사장 역시 같은 날 KAI 사장직에서 퇴임하면서 "불미스러운 의혹과 의문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설명 드리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하 전 사장을 상대로 회사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 방식과 사용처 등에 대해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지난 19일 검찰 관계자는 "KAI 전반의 비리에 관한 수사 첩보가 있다"며 "현재 KAI의 경영상 비리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고, (하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그 다음의 문제로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KAI 측이 원가를 조작해 개발비를 챙기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로비가 이뤄졌다는 의혹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동시에 지난 14일과 18일 KAI 본사와 5개 계열사 등에서 압수수색을 벌여 확보한 자료 등을 분석해 횡령 및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미 KAI 전 차장급 직원 손모씨를 한국형 방위산업 개발과 관련한 외주용역을 자신의 친인척 회사에 몰아줘 수십억 원을 챙긴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손씨는 처남의 명의로 설계용역업체를 차려 KAI로부터 247억 원 상당의 용역을 맡아 용역비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돈을 가로챈 것으로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수년째 잠적한 손씨가 국내에 머물고 있다고 보고 검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KAI가 개발한 수리온의 결함과 무리한 전략화 과정 등을 공개 발표했다.
1조2000여억 원을 들여 개발한 수리온이 결빙 성능과 낙뢰보호 기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고, 엔진의 비행 안전성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체 내부에 빗물이 새는 문제도 확인됐다.
또, KAI는 수리온에 들어가는 안전 경보 부품에 가짜부품이 들어간 걸 알고도 이를 보고 없이 협력사에 몰래 부품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