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활동·그냥 시간보냄' 백수가 '구직활동'보다 많아
최근 일자리를 구하기보다는 여행과 같은 여가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백수 청년층들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청년층의 비중도 적지 않아, 고용시장 한파로 청년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하는 상황 속에서 '자포자기'한 이들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통계청의 '2017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졸업·중퇴 후 취업하지 못했거나, 취업했다가 일을 그만둬 미취업 상태인 청년층(15∼29세)은 147만2천명에 달했다.
청년층 부가조사는 통계청이 청년층의 직업교육 취업경험, 취업 경로 등 취업 관련 특성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통해 집계한 결과다.
조사 대상은 경제활동인구조사 대상 가구원 중 만 15∼34세로, 올해 5월 14∼20일 사이의 취업과 관련한 24가지 항목을 집계했다.
조사 기간 중 미취업 청년층의 활동상태를 집계해 147만2천명의 상태를 '취업 관련 시험준비', '그냥 시간보냄', '여가 시간', '구직활동', '육아·가사', '기타'로 나눠 집계했다.
그 결과 35.4%인 52만1천명은 취업 관련 시험준비로 시간을 보냈다.
눈에 띄는 항목은 여가 시간이다.
취업과 관련한 활동이 아니라 여행이나 독서 등 유희와 관련한 활동을 한 청년층은 이 여가 시간 항목으로 집계한다.
조사 결과 여가 시간 항목에 들어가는 청년층은 지난 5월 7만3천명(5%)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28.2% 증가했다.
직업교육훈련을 받은 청년층(4만7천명, 3.2%)보다 여가 시간을 보낸 청년층이 더 많았다.
특히 여가 시간을 보낸 청년층은 남성에서 크게 늘었다. 전년보다 105.2% 늘어난 2만8천명을 기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상으로는 왜 유희로 시간을 보내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취업이 안 돼 여행이나 독서로 시간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며 "취업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여가를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일이나 여가는커녕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층의 비율도 낮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기간 구직활동이나 취업 준비, 육아·가사 등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그냥 시간보냄)은 25만6천명으로 전체 미취업 청년층 가운데 17.4%를 차지했다.
여가 시간과 그냥 시간보냄을 합하면 32만9천명에 달한다. 전체 미취업 청년층 가운데 무려 22.4%를 차지한다.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층 19만명(12.9%)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다시 말해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했던 이들보다 여가를 즐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이 더 많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청년층 실업률은 10.5%였다.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김진표 국정자문기획위원장이 최근 "청년 열 명 중 네 명이 사실상 백수다.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고 말했듯, 자포자기하는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는 셈이다.
청년층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2021년까지 청년 실업자가 130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추산도 나온 상황이다.
정부는 경기가 깊은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특히 청년 실업이 매우 심각한 점 등을 고려해 11조2천억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일자리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추경안은 공무원증원 관련 예산에 대한 야3당의 반대 속에 43일째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 번 구직에 성공한 청년층조차도 직장 풍토가 맞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고 여가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여러 차례 실패 이후 노동시장에 나서봐야 일자리를 구하기 힘드니까 부모에게 얹혀살면서 지내는 경우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