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마이웨이' 송하윤 "설희로 사는 게 진짜 행복했어요"

[노컷 인터뷰] '쌈, 마이웨이' 백설희 역 배우 송하윤 ①

지난 11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백설희 역을 맡은 배우 송하윤 (사진=황진환 기자)
드라마와 현실은 서로를 반영한다. 운명적인 사랑,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 변치 않는 사랑이 드라마의 클리셰였다면, 요즘은 그보다 더 다채로운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새로운 존재 앞에 흔들리기도 하고, 동시에 두 사람에게 마음이 가기도 하고, 사랑도 썸도 아닌 미묘한 관계에 머물러 있기도 한다.

짧고, 쉽게 변하는 사랑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요즘, 아무리 화가 났을 때도 장난으로라도 '헤어지자'고 말하지 않으며 한결같이 6년을 사랑해 온 지고지순한 캐릭터는 그래서 오히려 신선했다. 다들 자기계발하기 바쁜데, 나만큼은 '내 식구' 생각하며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 살면 안 된다고 반문하는 '쌈, 마이웨이'의 백설희(송하윤 분)는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사랑한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랑을 고마워하기는커녕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아 큰 상처를 준 남자친구 주만(안재홍 분)을 끝내 받아들이는 설희에 대한 반응은 분명히 갈렸다. 그래도 둘이 다시 관계를 회복했으면 좋겠다는 반응과, 더 좋은 사람을 만났으면 한다는 반응으로.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사랑에 올인하며 산 백설희로 봄여름을 지나 온 배우 송하윤을 만났다. 드라마 속 서브 커플인 '주만-설희'에게 보내준 시청자들의 사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그는, 그저 "설희로 열심히 살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 단 하나의 스트레스 없이 너무 행복했던 '설희'의 삶

송하윤은 설희라는 캐릭터에 깊이 몰입해 있었다. 파트너인 안재홍, 삼각관계를 이루는 장예진 역의 표예진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기에 임했다. 연기하는 데 신경 쓰일까봐 댓글을 잘 보지 않는다는 그는, '주만-설희' 커플에 쏟아진 큰 관심을 고마워하면서도 짐짓 놀란 듯했다.

'인생 캐릭터'라는 평가에도 송하윤은 다소 어색해 했다. 그는 "진짜 그런 걸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전 설희로 살았으니까. 설희로 열심히 살았다, 이 생각밖에 없다"며 "설희로 사는 게 진짜 행복했다. 눈물씬이 많고 아팠지만 배우로서 단 하나의 스트레스 없이 너무 행복했다"고 지난날을 소회했다.

배우 송하윤 (사진=황진환 기자)
"(예전에는) 촬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항상 좀 공허하고 되게 외로웠었다. ('내 딸 금사월'의) 오월이로는 감정을 많이 쓰는데 송하윤으로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보니까, 이게 분리될 때 외롭고 힘들었다. 근데 설희로 살면서는 한 번도 (캐릭터와) 분리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촬영이 없을 때도 그냥 계속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연기자로서 되게 신기한 경험을 처음 했다. 원래 작품 끝나면 감정을 워낙 많이 쓰다 보니까 스트레스 많이 받았었거든요. 이번에 끝났을 때는 그냥, 제가 저한테 만들어 놓은 숙제들을 잘 풀어가면서 다음 작품을 잘 만나야겠다 하는 생각이 좀 더 강하게 들었다. (지금까지는 드라마가 끝나면) 빨리 여행도 가고 싶고 털어버리고 싶고 그랬는데, 지금 여행 생각이 많이 안 든다. 여행 갔다가 설희가 털어질 것 같아서…"

특별히 더 몰입해서 찍은 씬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다 "전부 다 소중했다"고 답한 그다. 송하윤은 "우리는 헤어지는 단계였기 때문에 설희 입장에서는 모든 장면이 다 끈을 놓을 수 없는 씬이었다. 하나하나 매달려서 굉장히 하나하나 곱씹으며 연기를 했기 때문에 가벼운 씬은 단 하나도 없었다"고 밝혔다.

◇ 동갑내기 안재홍과 만들어 낸 '주만-설희' 커플

세상이 원하는 기준에서 조금 비껴난 네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쌈, 마이웨이'에서 설희는 가장 일관적인 캐릭터였다. 남자친구 주만에게 몹시 헌신적이고 큰 사랑을 쏟는. 주만의 잘못으로 코앞까지 닥쳐 온 헤어짐을 맞았을 때도 설희는 "주만이는 내 세상"이라고 할 정도였다. 조마조마함과 짜릿함을 오가는 비밀 사내연애도, 예전만큼 뜨겁지는 않은 권태기도,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이별도 동갑내기 파트너 안재홍과의 '교감'을 통해 만들어졌다.

송하윤은 "제 상대역은 항상 어려운 것 반, 편한 것 반이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감과 편안함을 동시에 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라며 "되게 예민한 감정선을 연기하다 보니까 서로 되게 많이 의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만아. 그냥 네가 내 손 놓은 거야. 네가 잠깐 내 손 놓고 가도 난 언제까지도 가만히 제자리에 있을 줄 알았겠지만 이제 안 그러고 싶어. 그냥 지나가는 바람인 줄 알았거든? 근데 바람은 바람이잖아. 그건 OX의 문제지 크고 작은 문제가 아니었는데 내가 미련했어. 우리 만나는 6년 동안 나 너한테 홧김으로도 한 번도 헤어지자고 한 적 없어. 난 너한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후회도 없어. 후회는 네 몫이야."

네이버 TV에서 100만 조회수를 돌파한 주만-설희 이별씬 (사진='쌈, 마이웨이' 캡처)
오로지 주만밖에 몰랐던 설희는 자신의 사랑이 무의미해졌다고 생각했을 때, 또박또박 이별을 고했다. 이 장면은 네이버TV 조회수 100만을 돌파할 만큼 열렬한 반응을 얻었다.

이 장면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었느냐고 묻자 송하윤은 "실제로 밤을 꼬박 샌 상태였다"며 "그때의 그 느낌이 말로 표현되지는 않는데 굉장히 어지러웠던 것 같다. 촬영 끝나고 머리가 띵했다"고 말했다.

연인이 있는 남자에게 돌진한 예진에게 물을 뿌리는 씬 역시 큰 화제였다. '순둥이' 설희가 "나쁜 년"이라고까지 하면서 가장 확실하고 단호하게 의사표현을 한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송하윤은 "그거(장면) 찍을 때도 눈물이 나 가지고 한참을 스톱했다가 찍었던 것 같다. 11~12회 찍을 때 마음적으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11~12회는 주만-설희 커플의 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았을 때다.

◇ 왜 사람들은 설희에 그렇게 공감할 수 있었을까

격투기 선수로 변신한 고동만(박서준 분)과 방송사 아나운서에 도전했던 최애라(김지원 분)가 꿈을 이룰지 여부만큼이나 주만-설희 커플이 재결합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만큼 많은 응원과 관심을 받았다. 송하윤은 시청자들이 설희에게서, '과거의 자신'을 봤기 때문에 공감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저는 설희로 살면서 왜 그렇게 많은 분들이 같이 아파하고 슬퍼하고 화도 내실까 생각을 해 봤다. 그냥, 아마도 제 생각인데 설희를 통해 우리들이 갖고 있는 슬픔이나 아픔, 지난 추억들에 대한 미련, 기억을 본 것 같다. (사람들이 가진 기억들이) 다 비슷했나 보다. 설희를 통해서 자기 자신을 위로했던 게 아닐까. 과거의 자기자신을 위로하듯 설희를 위로하고 같이 아파하며, 그때의 나를 떠올리는 거죠. 그게 공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더 신경써서 집중해서 연기하려고 했다."

송하윤은 연적으로 나타났던 예진이 미움받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사실 주만이가 바람을 폈다기보다는 예진이한테서 과거의 설희를 본 것이다. 종이 한 장 차이인 감정씬이 많아 조금만 달리 연기해도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었다"며 "예진이가 절대 미워보이면 안 된다는 걸 저희 셋(송하윤, 안재홍, 표예진)이 굉장히 많이 얘기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주만이를 받아줄 것인지 묻자 "(헤어지는) 생각을 해 보지 않았다. 오로지 설희로만 있었다. 설희라면 절대 안 헤어지고 싶을 것 같다"고 답했다. 드라마를 찍는 내내, 종영 일주일이 지난 인터뷰 당일에도 송하윤은 오롯이 '설희'였다.

(노컷 인터뷰 ② 송하윤의 바람 "봐 주시는 분들께 좋은 시간 선물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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