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처음으로 일제강점기 시대극에 도전한다는 것부터 그랬다. 개봉도 전부터 일본 유력 매체들은 '군함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이 영화가 '역사를 날조한 영화'라고 거센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조선인들에게 '지옥섬'이었던 군함도(하시마섬)는 일본에게는 자부심 넘치는 역사적 유산이다. 군함도는 메이지 시대의 산업 혁명 유산으로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등재 당시 군함도에 식민지 국민들을 강제 징용했다는 내용을 싣기로 합의했지만 일본은 등재 후에 여전히 이런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증언에 따르면 강제 징용돼 온 조선인 광부들은 그곳에서 가혹한 노동과 굶주림에 시달리며 비참한 삶을 살았다. 10m 높이의 벽을 세워 탈출은 거의 불가능했고, 근처 나가사키에 원자 폭탄이 떨어졌을 때는 복구 인력으로 동원돼 원폭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일본의 철저한 역사 지우기로 이에 대한 물적 증거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류승완 감독은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함도'의 탈출은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한다. 오래 전에 청산돼야 할 것이 여전히 유령처럼 떠돌면서 우리를 잡아먹고 있다. 그건 어쩌면 '헬조선 탈출기'일 수도 있다"고 영화의 큰 키워드인 '탈출'에 대해 설명했다.
반드시 '군함도'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처음 류승완 감독은 콘크리트로 무장한 군함도의 공간성 자체에 호기심을 느꼈다. 오히려 작업을 하면서 '군함도'가 가진 아픈 역사를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겨났다고. 그러나 '이분법적' 접근은 경계했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 군함도 자료를 보면 나쁜 일본인, 좋은 조선인만 있지 않았다. 그래서 국적이 아닌 개인에게 초점을 맞췄다. 이분법적으로 다뤄 관객을 자극하는 것이 오히려 역사를 왜곡할 위험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 외교부에도 군함도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비판이 향해야 한다. 제국주의가 악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얼마나 사람이 약해지고, 약했던 사람이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영화에 담고 싶었던 의미를 밝혔다.
여름 성수기 흥행을 노린 영화라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다. '역사의 한 순간'이 '장삿속'처럼 비칠까봐 두렵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군함도 역사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류승완 감독은 "실제 역사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이 영화가 싫으면 보지 않아도 되지만, 군함도 역사 자체는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다. 우리 영화가 싫다고 역사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역사에 상상력을 더하는 것은 영화하는 이들의 특권이다. 이 영화가 공개된 뒤 관객들이 군함도에 궁금해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군함도'는 오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