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의 두목은 신진 세력 수장과 일대일 승부를 겨뤄 주도권을 잡는 등 마치 과거 폭력조직 행태를 그대로 따라했다.
◇ 심야 부산역 선상주차장서 벌어진 두목 간 결투
지난 2010년 10월 22일 오후 9시쯤 부산역 2층 선상주차장.
부산역에서 택시기사와 불법 운수업자들을 규합해 이권을 휘두르던 이모(53)씨와 2층 선상주차장을 거점으로 세력을 만들기 시작한 A(55)가 마주섰다.
신진 세력의 등장을 경계한 이씨의 통보로 이뤄진 이날 만남은 휘하 기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팽팽한 신경전으로 포문을 열었다.
둘은 이내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했고, 수세에 몰린 이씨는 도움을 주려고 달려온 기사들을 애써 물리치며 A씨에게 화해를 제안했다.
함께 인근 주점으로 간 이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간의 응어리를 푸는 듯했다.
하지만,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A씨가 만취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씨는 2차 계획을 실행했다.
전화로 A씨를 불러 내 시비를 건 뒤 휘하 기사들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이다.
A씨에게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이씨의 승전보는 부산역 기사들 사이에 암암리에 퍼졌고, 자연스레 이씨는 부산역의 주도권을 다시 거머쥐었다.
이후 이씨는 부산역팀이라는 보다 체계화한 세력을 만들어 수년 동안 부산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부산역 장악한 '부산역팀' 주먹 앞세워 이권 독점
부산경찰청 형사과 폭력계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 법률위반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 등으로 이씨를 구속하고 택시 기사와 무등록 운수업자 1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를 중심으로 이른바 '부산역팀'이라는 이름으로 결성된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최근까지 부산역 일대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승객을 독점하고 무등록 운송업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부산역팀은 장거리 택시 승객을 독점하는 택시기사팀과 관광객 상대로 무등록 운송업을 하는 봉고팀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수시로 단합대회를 하고 조직 내 지위 체계를 정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결속을 다졌다.
나이가 어린 기사가 90도로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행을 가하는 등의 마치 폭력조직과 같은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팀에 속하지 않은 택시기사가 자신들의 영업구역을 침범할 때는 공동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실제 지난해 9월 부산역 택시 승강장에서 자신들의 영업에 항의하는 택시기사들을 두 차례에 걸쳐 집단 폭행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봉고팀 소속이자 부산역팀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 이씨는 불법 운수업과 관련해 담당공무원에게 접대를 해야한다는 이유로 지난 2014년부터 3년 가까이 매달 5~10만 원의 금품을 기사들로부터 챙기기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선량한 택시기사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고 부산 관광의 이미지도 훼손하는 결과를 만들었다"며 "담당 지자체와 협조해 지속적인 단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